국제 국제경제

CATL '제2 헝다'되나… 무리한 사업확장에 유동성 위기론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02 18:01

수정 2021.12.02 21:36

금융보고서 인용한 中현지 매체
"정부 믿지 말고 기술력 쌓아야"
CATL '제2 헝다'되나… 무리한 사업확장에 유동성 위기론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인 중국의 CATL(닝더스다이)이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헝다그룹(에버그란데)과 같은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의 확장 추세, 정부와 관계, 배터리 안전, 유동성 등에서 어느 한 고리라도 끊어지면 톱니 전체가 흔들리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종착지로 국유화를 거론하는 일부 의견도 있다. 시나재경 등 중국 매체는 금융정보제공업체 싱앤즈번의 보고서를 인용, '닝더스다이, 다음 헝다되나'라는 분석을 내놨다.

2일 중국 매체는 CATL의 위기는 무분별한 확장에서 촉발됐다고 진단했다. 대규모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CATL은 나트륨이온전지, 자동차 보험, 완성차 업체와 합작 등의 시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현재의 확장 추세, 정부와 관계, 배터리 안전 등 일련의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경우 CATL에겐 여전히 특정 위험이 존재한다"면서 "이 가운데 어느 부분이라도 빠지면 CATL은 '헝다식'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CATL이 무분별한 생산 확대를 피하고 차기 기술 발전에 주력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시장에서 선택권이 다양하므로 기존 기술이 적용된 저가 배터리 생산만을 고집하면 회사의 미래에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전기차 시장이 무한정 팽창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시됐다.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역시 문발식 사업 확장으로 사세를 키워왔지만 지난해 8월 중국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개발업체 대출 규제 이후 자금난에 빠지면서 파산 위기까지 처한 상태다.

고영화 SV인베스트먼트 고문은 "CATL이 단기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정부 정책의 영향이 컸다"면서 "중국 최초의 배터리 제조사가 된 시기에 자국 정부의 전기차 산업 육성 정책이 나오면서 CATL은 최대 수혜자가 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외자 정책이 풀리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경쟁이 본격화되자, CATL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자체 기술을 가진 비야디 등은 CATL과 전혀 다른 재료의 배터리를 내놓으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중국 산업 경제학자 바이이민은 "CATL의 성공은 주로 산업정책, 에너지 환경, 기술 선행 덕에 업계의 다크호스가 된 측면이 있다"면서 "자본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정책 배당금이 걷히면서 독점적 우위를 얻은 사실상 자본의 향연"이라고 평가했다.

CATL은 2011년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사 ATL(암페렉스테크놀로지)로부터 자동차 배터리 사업부가 분리돼 설립됐다. 이후 5차례의 걸쳐 173억 위안(약 3조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018년 상장에 성공했다.


CATL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6년 만에 출하량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배터리 출하량 52.8GWh(기가와트시)로 세계 시장 점유율 25%을 차지했다.
같은 해 중국 공업정보화부가 발표한 전기차 추천 목록 중에선 CATL 배터리 탑재 모델이 50% 가량을 점령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