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팬데믹 불안감, 초현실주의 거장을 깨우다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3 16:23

수정 2021.12.13 16:29

살바도르 달리展 vs 초현실주의 거장들展
'살바도르 달리: 이미지네이션 & 리얼리티' 전시 전경 / GNC미디어 제공
'살바도르 달리: 이미지네이션 & 리얼리티' 전시 전경 / GNC미디어 제공
이성을 넘어선 공상과 환상의 세계. 꿈속에서 나올 것 같은 무의식의 세계가 전시장에 펼쳐진다. 올겨울 서울에서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작품을 주제로 한 두 개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다. 차이점이라면 하나는 초현실주의 하면 아이콘처럼 떠오르는 살바도르 달리를 집중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달리를 포함해 당대의 초현실주의 대가들의 작품을 망라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겨울 초현실주의라는 미술세계의 나무와 숲을 모두 볼 수 있는 기회가 펼쳐졌다.

■DDP, 초현실주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 회고전

살바도르 달리 '사라지는 볼테르의 흉상'(1941) /사진=GNC미디어
살바도르 달리 '사라지는 볼테르의 흉상'(1941) /사진=GNC미디어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인 1920년대. 그때도 시대는 지금 못지 않게 암울했다. 대공황과 전쟁, 전염병의 창궐로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을 때, 인류는 왜 이런 현실이 우리에게 닥쳤는가를 골똘히 고민하며 날카로운 이성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성으로도 공멸을 위한 전쟁을 향해 내달리는 인간의 야수성을 해결하지 못하자 이에 대한 반발로 이성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철학과 예술적 시도들이 일어났다. 이성을 넘어선 무의식, 현실을 뛰어넘은 초현실주의가 태동한 것. 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작가는 살바도르 달리로 전 생애에 걸쳐 '꿈의 세계'를 가장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화가다.

초현실주의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의 생애를 돌아보고 그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 '살바도르 달리: 이미지네이션 & 리얼리티'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중이다. 이번 전시는 달리의 작품세계를 '천재의 탄생', '초현실주의', '미국', '그래픽 아티스트, 이상한 나라에서 온 돈키호테처럼', '시각적 환상', '꿈' 등 10개의 키워드로 나눠 연대기별로 소개하는 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으로 유화 및 삽화, 대형 설치작품, 영화와 애니메이션, 사진 등 140여점이 공개됐다.

살바도르 달리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1945) / GNC미디어 제공
살바도르 달리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1945) / GNC미디어 제공

유년시절이었던 1910년대 초부터 그의 인생 말년인 1980년대까지를 연대기적으로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는 그의 1941년작 '볼테르의 흉상'과 1945년작 '임신한 여성이 된 나폴레옹의 코, 독특한 폐허에서 멜랑콜리한 분위기 속 그의 그림자를 따라 걷다'가 국내 최초로 공개됐다. 회화 작품 외에도 패션과 디자인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동했던 그의 면모와 영화감독으로 활동했던 흔적 또한 함께 보여주는데 전시관 한켠에서는 그가 1929년 제작한 흑백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전시 내내 끊임없이 상영된다. 전시는 내년 3월 20일까지.

살바도르 달리 / GNC미디어 제공
살바도르 달리 / GNC미디어 제공

■한가람미술관, 초현실주의 대표 작품 한자리에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 전경 /사진=예술의전당
'초현실주의 거장들' 전시 전경 /사진=예술의전당

DDP에서 달리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 세계를 깊게 들여다봤다면, 남쪽으로 발길을 돌려 달리를 포함해 당대를 사로잡았던 초현실주의 작가들의 전시를 살펴보러 떠나자.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1937) / 예술의전당 제공
르네 마그리트 '금지된 재현'(1937) /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선 지금 '초현실주의 거장들: 로테르담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 걸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의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과 예술의전당이 공동 진행하는 이번 전시는 지난 2017년 보이만스 판뵈닝언 박물관의 기획전 '어 드림 콜렉션'의 순회전 격으로 열린다.

살바도르 달리 '머리 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1936) / 예술의전당 제공
살바도르 달리 '머리 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1936) / 예술의전당 제공

'초현실주의 혁명', '다다와 초현실주의', '꿈꾸는 사유', '우연과 비합리성', '욕망', '기묘한 낯익음' 등 모두 6개의 주제로 구성된 이번 전시에는 살바도르 달리 외에도 르네 마그리트, 만 레이, 마르셀 뒤샹 등 초현실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 180여점이 한자리에 모였다.


마르셀 뒤샹 '여행 가방 속 상자'(1952) / 예술의전당 제공
마르셀 뒤샹 '여행 가방 속 상자'(1952) / 예술의전당 제공

전시는 당대 초현실주의 시인 앙드레 브르통이 1924년 발표한 '초현실주의 선언'을 바탕으로 전개된다. 합리성이 몰락하고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야 했던 시대의 불안을 돌파하기 위해 각각의 작가들이 내세웠던 대안과 같은 작품들이 소개된다.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과 '그려진 젊음', 살바도르 달리의 '머리 속에 구름 가득한 커플'과 '아프리카의 인상', 마르셀 뒤샹의 '여행 가방 속 상자' 등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들을 따라 당시와 현재를 비교해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6일까지.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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