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15억 '꿀꺽'…대법 "배임 아냐"

이정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16 11:57

수정 2021.12.16 13:58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 생활비·유흥비로 사용
"배임죄 성립 안 돼…'가상자산', 법정 화폐 아냐"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대법원 전경.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자신의 계좌로 잘못 이체된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을 자신의 계좌로 옮겨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6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A씨는 2018년 6월 20일 경기도 평택시 자택에서 잘못 이체된 다른 사람의 199.999비트코인 중 14억8700만원 가량의 199.994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중 일부를 생활비와 유흥비, 다른 가상자산 구매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주위적 공소사실로 특경가법상 횡령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A씨는 "비트코인이 착오 이체되기 전까지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며 "A씨는 피해자의 재산적 이익을 보호해야 할 지위에 있지 않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은 은행 계좌를 통해 잘못 이체된 돈은 돌려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이체받은 피해자의 비트코인은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며 "피해자의 재산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예금 형태로 보관된 돈이 아닌 가상자산이라고 해서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와 피해자 간 잘못 이체된 비트코인을 그대로 보관해야 할 신임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상 배임 행위는 당연히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등 본인과 맺은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모든 행위"라며 "가상자산은 재산상 이익으로서 형법상 보호 가치가 있다"고 했다.

2심도 "비트코인이 잘못 이체된 것을 확인한 날 자신이 자주 쓰는 거래소 계정으로 비트코인을 이체했고, 피해자의 요구에도 비트코인을 반환하지 않아 죄질이 좋지 않다"며 1심과 같은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A씨가 배임죄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여야 하지만, A씨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가상자산은 거래에 위험이 수반되는 등 형법을 적용해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보호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가상자산을 잘못 이체받은 사람이 이를 사용한 경우 형사처벌이 없는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착오송금 판례를 근거로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며 "A씨는 '피해자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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