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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장기화 우려속 세계중앙은행들 해법 '각양각색'

강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0 16:55

수정 2021.12.20 16:55

-미국, 영국, 한국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 나서
-느긋한 ECB는 내년에도 금리 인상 가능성 일축.
-터키는 인플레속에도 오히려 금리 내려 '역주행'
지난해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AP뉴시스
지난해 11월16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건물. 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서방 통화정책의 탈동조화(디커플링)가 더욱 두드러졌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인상에 시동을 걸었고 영국은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은 내년에도 완화정책을 유지한다는 기조를 확인했다.

20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연준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빠르게 긴축 통화정책으로 돌아서고 있다. 물가가 계속 오르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지고, 경제 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어서다.

◇美·英 등 주요국 도미노 기준금리 인상
연준은 지난 14~15일 열린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성명을 통해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돼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면서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속도를 현재의 2배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매달 12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통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지자 지난 11월부터는 매달 150억달러씩 매입 금액을 줄이는 테이퍼링에 착수했고, 이번에는 매입 축소 규모를 매달 300억달러로 늘이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당초 내년 6월로 예상됐던 테이퍼링 종료시점이 내년 3월로 단축된다.

한국은행도 올해 두차례에 걸쳐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하는가 하면 내년초에 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 등 이제 저금리 시대가 저물고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가 도래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8.5%로 종전대비 1%포인트(p) 인상했다. 이로써 연초 4.25%였던 기준금리는 2배가 됐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이후 총 7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앞서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종전 0.1%에서 0.25%로 3년여 만에 인상하고, 내년 3월 팬데믹 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을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같은 날 노르웨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다. 이들 국가는 미국을 제외하고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서방 선진국들 중 가장 먼저 긴축으로 돌아선 것이다.

◇유럽, 인플레·오미크론에 엇갈린 통화정책
유럽에서는 상반된 행보가 나타났다. 먼저 유럽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통화정책에서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다. 영국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상한 날 ECB는 완화적 기조를 재확인했다.

ECB는 완화정책을 지속하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유로존 경제가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지 않았는데, 최근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할 위험이 제기돼서다.

영란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16일 ECB는 예정대로 내년 3월 1조8500억유로 규모의 채권매입을 종료하되, 내년 별도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ECB의 채권매입은 현재 월 800억달러에서 내년 4월이면 월 400억유로로 줄어든다. 하지만 채권매입 자체는 내년 10월까지 계속된다.

아울러 ECB는 채권매입이 끝나기 전에는 현재 마이너스(-) 0.5%인 정책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확인했다. 내년 금리인상은 없다는 의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내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불확실성의 현실 속에서 모험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채권매입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 주요국들은 이제 통화정책의 속도를 달리하며 엇갈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완전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동시에 커지며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흥국, 선진국들보다 빠르게 금리 올려
신흥국들은 선진국들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기준금리를 더 빠른 속도로, 더 가파르게 올려 왔다. 선진국보다 식품 및 에너지와 같은 필수품에 소득의 더 많은 부분을 지출하는 만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서둘러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멕시코 중앙은행은 16일 기준금리를 종전 5%에서 5.5%로 높였다. 올해 들어서만 다섯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11월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화해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인 7.37%를 기록한 데 따른 결정이다. 브라질은 이달 8일 기준금리를 1.5%p 인상해 9.25%까지 끌어올렸다. 올해 들어서만 7번째 인상이다.

한편, 터키가 화폐 가치 폭락과 높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가운데, 터키 중앙은행이 4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했고 리라화는 또 다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터키 중앙행은 16일 기준 금리를 15%에서 14%로 인하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독특한 정책 고집 때문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0% 넘는 인플레이션에도 금리를 낮춰 대출 부담을 줄여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며 강력한 금리인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터키 국민들이 에르도안 대통령의 위험하고 전례가 없는 경제적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한다고 경고했다.
앙카라 빌켄트대학교의 레페트 구카약 경제학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8400만명 터키 국민에게 고통(pain and suffering)만 안겨주지 않는다면 그의 정책은 환상적인 '경제학 실험'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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