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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게임사 넥슨과 손잡은 이유는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0 16:35

수정 2021.12.20 16:35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빨간 헬멧)과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넥슨코리아 사옥 옥상에 마련된 카트라이더 트랙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빨간 헬멧)과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가 넥슨코리아 사옥 옥상에 마련된 카트라이더 트랙 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카드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번엔 게임이다. 대한민국 PLCC 시장의 선두주자 현대카드가 글로벌 게임 기업 넥슨과 상업자 전용 신용카드(PLCC)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국내 카드사 PLCC가 대부분 유통·제조 분야의 기업과 협업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현대카드와 넥슨이 선보일 PLCC 파트너십은 어떤 모습일까.

■게임, 콘텐츠 산업의 주축으로 부상…신용카드 결제도 증가
게임 산업은 1990년대 PC 보급이 본격화하며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e스포츠' 리그 출범, 기업 산하 게임단 창단 등 그 영향력이 점차 커져갔다. 하지만 게임을 청소년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정도로 인식하는 시선만큼은 여전했다.

이런 시선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디바이스와 게임을 접해온 MZ세대가 경제·사회·문화의 주축으로 부상하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실제 MZ세대가 30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2010년 이후 게임 산업의 성장세는 괄목할 만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0년 매출액 7조 4312억 원 규모였던 국내 게임 시장은 2019년 15조 5750억 원 규모로 2배 이상 성장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9%인데, 같은 기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3.3%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게임 콘텐츠 결제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조사업체인 '앱애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의 기기 1대당 월평균 게임 소비 지출액에서 우리나라가 1위(13달러)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주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가 주요 결제 수단으로 정착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전체 게임 결제 수단 중 신용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상품권에 이은 2위(23.9%)에서 2019년 압도적인 1위(62.8%)로 크게 증가했다.

■대한민국 대표 게임사와 PLCC 강자의 만남
게임은 콘텐츠 소비 시장의 축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 게임에 특화한 소비 혜택을 찾기는 쉽지 않다. 보수적인 색채를 가진 금융에서는 더욱 그랬다. 현대카드와 넥슨의 PLCC 파트너십이 기대를 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넥슨은 전 세계 190여 개국에서 14억 명의 유저를 보유한 글로벌 게임 기업으로, 지난 3분기 매출액 기준 국내 1위 게임 회사다. 대표 게임 타이틀도 화려하다. 4년째 PC방 점유율 스포츠 장르 순위 1위를 기록 중인 'FIFA 온라인 4'를 비롯해 '바람의 나라',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 수많은 PC 게임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에는 모바일 게임 매출액만 1조371억원을 기록, PC와 모바일 두 플랫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카드는 2015년부터 각 업계 최고 기업들과 PLCC 파트너십을 맺고 소비자 특화 혜택을 제공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유통업·제조업 뿐만 아니라 배달앱·카셰어링·패션 등 MZ세대들의 사용 빈도가 높은 플랫폼 사업 영역에서도 PLCC를 공개한 바 있다.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맞춰 새로운 혜택을 제안해온 현대카드의 경험이 게임이라는 미지의 분야에서도 빛을 발할 전망이다.

■현대카드와 넥슨, 데이터 협업 새로운 비즈니스 기대감 커져
현대카드와 넥슨은 PLCC 상품 운영은 물론 마케팅, 브랜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특히, 두 회사의 데이터 인텔리전스 기술과 PLCC 기반 데이터를 활용한 협업이 기대를 모은다.

현대카드의 온·오프라인 데이터와 넥슨의 가상 세계의 데이터를 결합 및 분석한 신용카드를 비롯해 새로운 마케팅 방식 등 새로운 비즈니스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와 넥슨은 신용카드 신청 및 발급 과정에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도입해 미션을 수행하면 보너스를 제공하는 등 새로운 방식의 마케팅도 시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가 업종은 다르지만 비슷한 '데이터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협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크다. 현대카드와 넥슨은 적합한 데이터를 정제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 넥슨은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분석 플랫폼 '넥슨애널리틱스'를 운영하며 글로벌 게임사 중 최고 수준의 데이터 분석 역량을 보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부터 회원들의 다양한 데이터적 특성을 독자적인 방식으로 체계화시키고 데이터를 선별해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플랫폼인 '트루노스(True North)'를 구축해 활용하고 있다.

이 데이터 플랫폼은 현대카드의 큐레이션 데이터와 알고리즘 추천을 기반으로 고객을 정교하게 선별해 개인화 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
현장에서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 뒤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AI를 기반으로 최적화된 대상 고객을 자동으로 추출하고 바로 마케팅을 실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국내 대표적인 '금융 테크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또, 현대카드의 '도메인 갤럭시:현대카드 데이터 동맹'을 통한 시너지도 기대된다.
'도메인 갤럭시'는 현대카드가 코스트코, 대한항공, 스타벅스 등 PLCC 파트너들과 추진하고 있는 협업 체계로 파트너 기업 간에 활발한 협업과 교차 마케팅을 지원하고 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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