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꿩 대신 닭" 미 증권거래소, 중 대신 동남아·인도 공략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23 02:37

수정 2021.12.23 02:37

[파이낸셜뉴스]
인도 뭄바이의 도심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머린드라이브에서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들이 중국 기업들이 빠지면서 생긴 IPO 공백을 인도·동남아 기업들로 채우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인도 뭄바이의 도심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머린드라이브에서 18일(현지시간) 시민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들이 중국 기업들이 빠지면서 생긴 IPO 공백을 인도·동남아 기업들로 채우기 위해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미국 증권거래소들이 인도와 동남아시아 기업들의 미국 주식시장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긴장 고조 속에 미 주식시장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줄줄이 미 상장을 폐지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는 가운데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나서고 있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은 이달초 중국 최대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이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폐지하고 홍콩으로 옮겨가겠다고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뉴욕증시 퇴출이 점차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인도·동남아, IPO 주요 공급원 부상
중국 기업이 사라지는 가운데 그 빈 자리를 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기업들로 채우겠다는 것이 NYSE, 나스닥거래소 등 미 증권거래소들의 복안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이하 현지시간) 한 때 붐을 이뤘던 중국 기업들의 미 주식시장 상장이 둔화하고, 상폐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 거래소들이 인도와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 아시아태평양 부문 책임자인 봅 매쿠이는 FT에 "이 지역 전체에 기업공개(IPO) 붐이 조만간 찾아올 것"이라면서 "1년 전만 해도 IPO에 나설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였겠지만 지금은 수십개 업체로 늘었다"고 말했다.

매쿠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도·동남아 지역이 중국을 대신해 IPO 시장의 대형 공급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상폐 순서 밟는 중
중국 기업들은 그동안 미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아시아 기업의 주류를 형성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들어서 미중 긴장이 고조되고, 중 기업들의 주식시장 퇴출 전망이 높아진데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하고도 같은 기조가 지속되는 와중에도 중 기업들의 미 상장은 멈추지 않았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올해 중 기업들의 미 IPO 규모만 해도 다른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들의 지난 10년간 미 IPO를 다 합한 것보다 많다.

그러나 흐름은 바뀌고 있다.

중국이 중 대형 기술업체들의 민감한 사용자 정보가 외국, 특히 미국으로 넘어갈 것을 우려해 규제를 강화하고, 미국도 중국 기업들에 대한 회계감사 강화를 확정지으면서 중 기업들의 미 IPO는 종적을 감췄다.

이번주 들어 중국 보험그룹 FWD가 미·중 양국 규제당국의 경고 뒤 미 상장계획을 접는 등 미 IPO 계획을 포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인도·인도네시아·베트남·말레이시아
NYSE 국제자본시장 책임자 알렉스 이브라힘은 미 거래소들이 "이전에 비해 동남아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막대한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네시아와 인도가 가장 큰 기회의 땅이 되고 있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도 미 IPO 확대에 나설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복잡한 자국 규정 등으로 인해 이들 기업의 해외 IPO는 빈약하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인도 기업 가운데 지난 10년간 미 주식시장 상장을 마친 곳은 재생가능에너지 업체 애저파워가 유일하다.

이브라힘은 '규제라는 한계'가 있지만 '창의적인' 방법으로 인도 기업들의 미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도·동남아 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CB 인사이츠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아태지역에서 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사는 80개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알리바바 같은 초대형 업체는 없다.
알리바바는 2014년 당시 1280억달러 기업가치로 IPO 최고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또 덩치가 큰 업체라고 미 IPO를 추진한다는 보장도 없다.
기업가치 200억달러 규모의 인도네시아 물류업체 J&T는 현재 미국이 아닌 홍콩 주식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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