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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물의 기운이 넘친다…'창업주' 쏟아낸 진주 승산마을 [Weekend 레저]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1.12.31 04:00

수정 2021.12.31 08:03

허씨와 구씨 600년 모여산 집성촌
남쪽에서 북으로 물 흘러 '부의 기운' 충만
LG·GS 등 굴지의 기업 창업주 생가 보존
삼성 이병철 회장 다녔다는 지수초등학교
구인회·조홍제 회장과 심었다는 소나무 유명
폐교 됐지만 부자 꿈꾸는 이들 발길 이어져
LG와 GS 창업주들의 생가가 있는 경남 진주 승산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풍경을 자랑한다. 풍수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사진=조용철 기자
LG와 GS 창업주들의 생가가 있는 경남 진주 승산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아늑한 풍경을 자랑한다. 풍수를 잘 모르는 여행객들도 '살기 좋은 곳'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사진=조용철 기자
【진주(경남)=조용철 기자】 기와집 수십 채가 모인 고즈넉한 분위기의 경남 진주 승산마을은 600여년 전부터 김해 허씨 집성촌이었다. 300여년 전 능성 구씨를 사위로 맞으며 300년 이상 허씨와 구씨가 사이좋게 살아온 마을이다.
지수면은 풍수적으로 학이 둥지를 튼 채 마을을 감싸는 형상으로 재물과 관련된 물을 품고 있어 부자 기운이 모인 곳이라고 한다. 이 마을의 만석꾼 허만정씨는 해방 직후인 1947년 이웃인 연암 구인회 LG 창업주가 락희화학공업사를 창립할 당시 거액의 자본을 투자해 오늘날 LG그룹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승산마을은 LG와 GS 계열 창업주들의 생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삼성 창업주 이병철 전 회장이 옛 지수초등학교에 다닐 때 머물렀던 이 전 회장의 매형 허순구씨 집터도 남아있다.

진주 승산마을의 연정. 김해 허씨 연당 허동립(1601~1662)을 추모하는 제실이다. 사진 조용철 기자
진주 승산마을의 연정. 김해 허씨 연당 허동립(1601~1662)을 추모하는 제실이다. 사진 조용철 기자
구인회·이병철·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의 부자소나무. 사진 조용철 기자
구인회·이병철·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었다고 전해지고 있는 옛 지수초등학교의 부자소나무. 사진 조용철 기자
승산마을에 자리한 대기업 창립자들의 생가 문고리를 잡으면 부자 기운을 받아갈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조용철 기자
승산마을에 자리한 대기업 창립자들의 생가 문고리를 잡으면 부자 기운을 받아갈 수 있다고 한다. 사진 조용철 기자

■ LG, GS, 효성 창업주 생가가 있는 승산마을

진주시 지수면 승산마을 인근인 의령에는 가마솥을 닮았다는 솥바위(정암)가 있다. 대략 200년쯤 전 한 도인이 남강을 건너다가 이 바위를 중심으로 20리 안에서 큰 부자 3명이 나올 것이라고 예언했다. 실제로 이 바위를 기점으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과 LG그룹 구인회 회장, 또 효성그룹 조홍제 회장이 20리라는 같은 거리차를 두고 태어났다.

승산마을은 LG와 GS 창업주들의 생가가 아직도 그대로 보존돼 있다. LG그룹 구인회 회장과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은 물론 효성그룹 조홍제 창업주 등 굴지의 한국 재벌과 기업인들을 배출한 옛 지수초등학교 터가 남아있다. 승산마을은 600여년 전 김해 허씨가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으면서 허씨 집성촌을 만들었는데, 300여년 뒤 능성 구씨를 사위로 맞으면서 허씨와 구씨가 조화를 이루며 마을을 일궈 왔다. 이 마을엔 300여채의 가옥이 있었는데 만석꾼이 2명이나 되고 천석꾼도 여러 명이 되면서 한 마을에서만 무려 4만석 이상을 생산했다고 한다.

승산마을은 풍수지리적으로 물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르는 역수인데 물이 나가는 곳이 보이지 않아 재물이 모인다거나, 양 날개를 펼친 학 모양의 방어산이 이 마을을 가리키고 있어 부자의 기운이 모여든다는 말도 있다. 지금까지도 많은 풍수가들이 이 마을을 찾는 이유다.

600년 역사만큼 이 마을엔 고가(古家)들이 많은데 일부 고가는 문화재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담벼락을 따라 마을을 돌다보면 담 길이만 무려 5㎞에 이른다. 300~400여채에 달하던 가구수가 6·25전쟁을 겪으면서 지금은 100여채만 남아 있고 일부 후손들이 살고 있다. 일부는 거주하지 않고 관리만 하고 있기도 하다. 대부분의 집은 문이 잠겨 있어 돌담 너머로 보거나 관리인이 와서 집을 손 볼 때 열린 문으로 빼꼼히 내부를 볼 수 있다.

승산마을에는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당시 신식학교이던 지수초등학교에 다니기 위해 의령에서 와서 살았던 누님집도 남아 있다. 이곳과 이어진 고가를 따라가면 LG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생가가 나오고, 그 옆에는 구자원 LIG 창업주 생가, 바로 옆이 쿠쿠전자 구자신 회장의 생가다. 허창수 GS 명예회장의 본가, 허만정 GS 창업주의 아버지이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가인 허준 선생의 생가도 자리하고 있다.

■지수초교, 내년 3월 기업가 탄생 성지로 변신

기업가정신의 산실인 옛 진주 지수초등학교는 지난 1921년 5월 지수공립보통학교로 개교해 올해 100주년을 맞았다. 지수초등학교는 지난 2009년 3월 학교 위치를 이전해 바로 옆마을 압사리에 있는 송정초등학교와 통폐합됐다. 폐교된 지수초등학교 터 본관 앞뜰에 있는 '부자 소나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면 부자의 기운을 받는다는 말이 있어 승산마을 탐방객들에겐 인생샷을 찍는 포토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자 소나무는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효성 조홍제 회장이 함께 심었다.

지수초등학교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우리나라 4대 재벌 창업주(삼성그룹 이병철, LG그룹 구인회, 효성그룹 조홍제, 삼양통상 허정구 회장)가 다닌 학교로 유명하다. 구인회, 허정구 회장은 지수면 승산마을 출신이고, 이병철 회장과 조홍제 회장은 당시 신식 교육을 가르치는 학교가 없어서 이곳으로 유학 왔다.

지난 2009년 태풍으로 부자 소나무 일부가 부러지자 LG그룹에서 소나무 전문가를 파견해 치료하고 고정장치를 설치하기도 했다. 정면의 학교 건물 옆에는 실내체육관(상남관)이 위치하고 있는데 LG그룹 구자경 명예회장이 모교에 대한 각별한 애정으로 설립했고, 당시 모든 유리를 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도 깨지지 않도록 강화유리로 제작했다고 한다.

지난 2018년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된 진주의 옛 지수초등학교는 내년 3월이면 기업가정신교육센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호를 딴 상남관은 기업가정신교육센터와 함께 도서관으로 바뀌게 된다. 이 센터가 개관하면 전국 18개 창업사관학교 교육생들이 연수를 받으러 오는 등 대한민국 기업가정신 수도 성지로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승산마을에서 부자의 기를 충분히 받았으면 진주성 및 남강 일원에서 열리는 진주남강유등축제도 찾아가 볼 만하다.
진주남강유등축제에서는 유등띄우기의 전통을 이어받아 등을 활용한 다채로운 전시와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등불이 켜지면서 본격적으로 축제가 진행된다.
남강의 잔잔한 물결 위에 용, 봉황, 거북이, 연꽃 등 다양한 모양의 수상등이 전시되며 수상 불꽃놀이와 워터라이팅쇼 등이 펼쳐져 화려한 볼거리리가 제공된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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