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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향기롭게… ‘저도주’에 스며든다 [혼술·홈술시장 주류된 저도주]

최재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5 16:38

수정 2022.01.05 16:48

도수 2.5~3도에 과일향 맥주 인기
무알코올 맥주도 꾸준한 성장 보여
탄산 복숭아·망고과즙 등 이색주류
차별화 마케팅으로 해외서도 인기
바야흐로 저도주 전성시대다. 코로나19 여파로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류를 선호하면서다. 20도를 훌쩍 넘기는 독주(毒酒)를 들이키며 '인생의 쓴 맛'을 논하던 이들도 어느새 한결 가볍고 순한 저도주의 매력에 흠뻑 젖어드는 모양새다.

향긋한 허브향 담은 신제품 '호가든 보타닉'
향긋한 허브향 담은 신제품 '호가든 보타닉'

■'국적불문' 저도수 맥주 인기

코로나19가 불러온 저도주 열풍의 주인공은 역시 맥주다. 홈술·혼술족의 영원한 파트너로서 다양한 맛과 향으로 무장한 맥주는 저도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주류와 탄산음료의 경계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는 저도수 맥주들은 퇴근 이후 '부담없는 한 잔'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을 뽐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하드셀처'는 이름에서부터 저도수 맥주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대표주자 가운데 하나다. 탄산수를 뜻하는 단어인 '셀처(Seltzer)'에 하드라는 형용사를 더한 하드셀처는 탄산수에 소량의 알코올과 과일향을 첨가해 탄생한 술이다. 국내보다 미국에서 먼저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하드셀처는 미국 시장에서 최근 5년간 100%가 넘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증명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알코올 도수가 3도에 불과한 클라우드 하드셀처의 인기비결은 알코올 도수뿐만 아니라 칼로리까지 낮췄다는데 있다. 500mL 한 캔의 열량이 85㎉인데 일반 맥주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입증해온 수입맥주들도 '저도수 코인'에 탑승하고 있다. 특유의 향과 맛으로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호가든'이 대표적이다. '일상 속 여유로움'을 기치로 내건 호가든의 저도주 시리즈는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 고객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알코올 도수 2.5도의 '호가든 보타닉'은 벨기에 정통 양조방식을 따르면서도 도수를 낮추고, 레몬그라스와 시트러스 제스트 향을 더해 젊은 여성 소비자들을 겨냥했다. 허브티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느낌과 저도주라는 특색을 강조하기 위해 카페 브랜드 '아티제'와 협업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밖에도 호가든은 자몽 계열 과일인 '포멜로'의 향과 맛을 담은 '호가든 포멜로'도 내놨다. 맛과 향은 물론 경쾌한 핑크 컬러를 이용한 패키지를 통해 고객들의 눈, 코, 입 모두를 사로잡았다는 평이다.

아예 도수가 없는 '무알코올 맥주'도 인기다. 혹자는 '무알코올 주류는 술이 아니'라며 날 선 비판을 내놓기도 하지만 상당수의 소비자에게는 특유의 맛과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는 훌륭한 주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하이트진로의 '하이트제로0.00'은 지난해 3·4분기 전년 동기 대비 10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고, 차별화된 '알코올 분리 공법'으로 무장한 '카스 0.0' 역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가볍게, 향기롭게… ‘저도주’에 스며든다 [혼술·홈술시장 주류된 저도주]
가볍게, 향기롭게… ‘저도주’에 스며든다 [혼술·홈술시장 주류된 저도주]
맨위부터 오비맥주 '카스 0.0',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하드셀처', 하이트진로 '이슬톡톡 레모나'
맨위부터 오비맥주 '카스 0.0',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하드셀처', 하이트진로 '이슬톡톡 레모나'

■어딘가 아쉬운 '한끗', 과일로 메우다

소주와 맥주 사이 그 어딘가에 자리를 잡은 저도주도 인기를 끈다. 이들은 낮은 알코올 도수로 인해 어딘가 부족할 수 있는 한 부분을 다양한 과일 향과 달콤한 맛으로 채우면서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2016년 처음 모습을 드러낸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은 낮은 도수와 톡톡 튀는 탄산, 그리고 입 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복숭아 맛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출시 한 달 만에 과일소주 부문 1위를 달성했고, 두 달이 지난 후엔 1000만병 판매고를 올렸다.

이슬톡톡의 성공에는 맛은 물론 이목을 사로잡는 패키징도 한몫했다.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가고자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7월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출시 이전까진 찾아보기 쉽지 않았던 주류 브랜드 캐릭터 '복순이'를 전면에 내세워 가볍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저도주의 특징을 시각화했다. 하이트진로의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이슬톡톡은 국내를 비롯해 세계 20여개국에 수출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의 주류와는 차별화되는 과일믹스 카테고리 상품 '망고링고'를 통해서도 저도주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과일믹스는 기존의 과일 맛 주류인 과일 리큐르, 탄산주 등과는 차별화되는 카테고리 제품으로 천연과즙을 함유한 저도주다.

망고링고는 천연 망고 과즙(2.3%)이 함유된 알코올 도수 2.5도의 저도주로, 망고의 달콤하고 상큼한 맛이 청량감과 조화를 이뤄 부드러운 목넘김을 자랑한다. 오랜 연구 끝에 가장 적정한 망고과즙 함유량과 알코올 도수를 찾아낸 하이트진로의 '역작'이다.
출시 초부터 빠른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은 망고링고는 이제는 이슬톡톡과 함께 홍콩 등 해외시장에서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저도주의 인기 추세는 한동안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감소 및 홈술·혼술 증가가 저도주 RTD(Ready to Drink) 상품의 약진으로 이어졌다"며 "각 업체에서 연구·개발 혹은 새로운 마케팅을 추진하는 상품이 적지 않아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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