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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새해 첫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 "북한판 전략적 인내"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06 16:45

수정 2022.01.06 17:08

군사 강국 입지 강화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전략'..
탄두 원뿔형, 글라이더 형태보다 속도면에서 유리
전략적 기조 따른 핵고도화 완성 위한 시험 재개
미중경쟁 외교전략 구도 하 북한정책 추진 필요...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파이낸셜뉴스] 북한 관영 매체들이 6일 오전 "지난 5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고도화, 완성을 위한 행보 재개로 공세적인 '북한판 전략적 인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북한 관영 매체들은 "북한 국방과학원은 5일 시험 발사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의 능동구간 비행 조종성과 안정성, 측면기동 기술 등을 점검했다"며 "120㎞를 측면기동하고 700㎞에 설정된 표적에 명중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당 중앙위원회 군수공업부와 국방과학부문의 해당 지도간부들이 시험발사를 참관하였다"며 액체연료 주입 상태에서 상시 보관·즉시 발사 가능한 "액체연료 앰풀화가 재검증됐다"고 전했다. 김정은은 참관하지 않았으나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5일 북한 탄도미사일과 관련, 기시 노부오 방위상이 “약 500㎞ 비상한 뒤 일본 배타적경제수역 바깥에 낙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해 북한 발표와 차이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작년 10월 국방발전전람회에서 공개한 신형 기동식탄두재진입체(MARV, MAneuverable Reentry Vehicle) 형상과 동일한 "신형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탄도미사일은 지난해 9월 화성-8형에 이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Intermediate-Range Ballistic Missile)의 특성을 갖는 1단 로켓에 장착되었으며, 탄두부 형상은 글라이더 형태에서 원뿔형으로 변형돼 활공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보았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극초음속(hypersonic)은 최소 수준 음속의 5배, 마하 5(초당 1.7km) 이상의 속력으로 날아가는 속도로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타격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북한이 지난해 2021년 9월 29일 시험발사한 화성-8형 실제 속도는 극초음속미사일로 보기에는 성능이 많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당시 발사체에 대한 한·미·일의 공식적인 데이터 발표는 없었지만,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탐지된 발사체의 비행 속도는 마하 2.5로 화성-12의 1단 부분을 활용했음에도 200km 미만밖에 날아가지 못했다고 알려졌다.

즉 극초음속활공체(HGV)라 표현하기 미흡해 실전배치보다는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선전용으로 공개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로 개발이 완료된 한국형 초음속 대함미사일도 마하 3 이상의 속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앞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완성하려면 적어도 2~3차례 더 시험발사가 필요해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이번 '극초음속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기술적 의미보다 북 내부의 경제적 난국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에 대한 시험발사 활동을 재개한 전략적 의도 분석에 중심을 두었다.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 발사 분석. 자료=한국국방안보포럼 제공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이번 시험발사는 북한의 '핵보유국 기정사실화전략'과도 맥이 닿아있다"면서 "북한은 새해에도 비핵화 협상보다는 군사강국의 입지를 갖추기 위해 전략적 '우선순위를 무기체계개발·성능 고도화'에 두었음을 비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북한은 2021년 10월 8·24영웅함에서 미니 SLBM을 발사해 지난해 마지막 미사일 발사의 전장으로 해상을 선택했다. 그런데 2022년 시작과 동시에 이번에는 도발원점을 육상으로 변경,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자신이 원하면 어느 전장이라도 사용할 수 있음을 과시한 강압구사"로 평가했다.

반 센터장은 또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농업부문 등 비군사 분야는 언급했지만 안보 관련 메시지가 없었던 것에 대해 "북한은 군사안보 문제와 비군사 문제를 철저하게 구분해 군사안보 분야는 기습성과 예측불가성을 극대화해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포석"이라며 "한편으로 자신의 '이중기준 철폐' 요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가늠하는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유엔안보리 위반인 탄도탄 기술을 사용에 대한 여야 대선주자의 반응과 남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높이려는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우회적 대선개입의 효과를 보려는 것"이라며 "간접적 대선개입의 효과를 노리는 북한의 정치·전략적 노림수 가능성"을 지적했다.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2년에도 북한은 5개년 계획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이나 한국의 대선과 같은 일정에도 구애받지 않고 무력증강에 집중해 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경우 군축협상에 나서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며 "한미의 대화제의에 응하기보다, 자력갱생의 기치 하에 경제난 타개를 도모하고 각종 신무기 실험 개발에 집중해 핵미사일 능력을 고도화하려는 '북한판 전략적 인내'의 발현"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차기 한국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 기회를 모색하되, 북한에만 경도된 북한정책을 위한 외교만을 추진하기보다는 미중경쟁 시대에 큰 외교전략의 구도 하에서 북한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북한이 지난해 10월 19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시험발사했다. 자료=평양 노동신문 캡쳐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은 갱신한 ‘국가별 현황보고서(Factbook): 북한’에서 “북한이 2019년 이래 탄도미사일 개발을 계속해왔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초 경제난을 자인하고 대규모 군사비 지출 등으로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난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과 핵무기를 포함한 군사력 강화를 공언해왔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가이자 위성사진 분석가인 닉 한센 스탠포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객원연구원도 최근 아태 핵비확산군축리더십 네트워크(APLN)를 통해 발표한 ‘WMD 핵탄두 미사일’(Nuclear-Capable Missiles)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전 배치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해인 2021년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총 8차례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의 14차례에는 못 미치지만, 2020년의 6차례에 비해선 횟수가 더 늘어났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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