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여야, 공수 교대?..與 "김건희 통화, 역풍 불라" 野 "이재명, 형수 욕설도"

김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17 15:29

수정 2022.01.17 16:57

국민의힘 "결정적 한 방은 없었다"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도 틀어야"

'본방사수' 외치던 여당 의원들 방송 뒤엔 침묵
당원 게시판엔 "김건희가 혜경궁 김씨보다 낫다" 
"스트레이트 기대하던 의원들 다 보셨으면 감상문 좀" 등 냉소 이어져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16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7시간 통화록'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음'을 다룬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에서 선거에 큰 파장을 미칠 발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별다른 리스크가 될 만한 것은 없자 여야의 반응이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윤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를 덜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도 방송할 것을 촉구하는 등 공세 모드로 전환했다. 민주당은 김씨를 박근혜 정권 시절 '비선 실세' 최순실(본명 최서원)에 빗댔으나 당내에선 '한방'이 없었던 보도가 오히려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16일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를 통해 방송된 김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 소속 촬영 기자와의 '통화 녹취' 보도에 대해 "결정적인 한 방은 없었다"고 안도하면서도 여론과 후속 보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선대본부대책회의에서 전날 방송에 대해 "단순한 불공정을 넘어 매우 악질적인 정치 공작행위"라며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의 형수 욕설 녹취록도 틀어야 한다"고 역공에 나섰다.

장예찬 청년본부장 역시 "MBC가 공정한 방송이라면 공정하게 이재명 가족 욕설, 부인 김혜경씨의 조카 협박 녹취파일, 얼마 전 돌아가신 이병철씨의 '이재명 변호사비 대납 의혹' 녹취록을 같이 방송하라"며 "7시간이 아니라 7분만 틀어도 민주당은 후보 교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적으로는 여권 인사들이 앞다퉈 '본방사수'를 외치며 이슈몰이를 한 것에 비하면 별 소득이 없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김씨에 대한 선입견을 불식시키는 해명성 방송이 돼버린 것에 허탈함을 드러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해당 보도를 다룬 기사 댓글란 등에서도 김씨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일부 댓글은 김씨를 "바보 온달(윤 후보)을 출세시킨 평강공주"라고 표현하거나 "그동안 오해했다" "방송 보고 윤 후보로 갈아탄다" "급호감됨(갑자기 호감이 간다)" "(김씨를 둘러싼 '줄리' 의혹 등) 의혹이 다 해소된 것 같다" "이렇게 똑부러지는 줄 몰랐다" "웬만한 정치인보다 판세를 잘 읽는 것 같다"는 등의 우호적인 평가가 쉽게 눈에 띄었다.

김건희 녹취록 방송화면 캡쳐. © 뉴스1 /사진=뉴스1
김건희 녹취록 방송화면 캡쳐. © 뉴스1 /사진=뉴스1
당장 민주당 당원게시판에는 냉소적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 이재명' 성향이 강한 친문 강성 당원들은 오히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를 거론하며 야유를 보냈다. 한 당원은 "부부는 비선이 아니라 그냥 공동체임"이라고 지적했고, 또다른 당원도 "민주당 지도부 전체보다 건희가 시류를 더 잘 읽는 부분 인정한다. 스트레이트 기대하던 의원X들 다 보셨으면 감상문 좀"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김건희씨가 그래도 정치감각은 있네. 욕하는 혜경궁 김씨보다" "건희도 깠으니 혜경이도 까자"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친여 성향의 일부 인사들은 '스트레이트' 방송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유하며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의 소송 대리인 정철승 변호사는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내가 김건희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며 "김 씨가 어찌 그리 멍청할 수 있나 생각했는데, 방송을 보니 서울의소리가 멍청했고 서울의소리가 김 씨에게 당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 변호사는 "서울의소리 기자와 윤석열 후보의 처 김건희 씨가 수 개월 동안 무려 7시간 넘게 통화한 내용이 공개된다고 한다"며 "가공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는데 내 손모가지를 건다"고 적은 바 있다.

고민정 의원 또한 '스트레이트' 방송 전 "오랜만에 본방사수해야 할 방송이 생겼다."라고 쓴 게시물을 올렸으나, 방송 후 해당 게시물을 삭제하고 "본방사수 완료. 아침공기가 차다.
5년 전 찬 공기가 귓불을 스친다."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 댓글에는 "똥볼만 차네" "방송금지 가처분을 허가하는 게 이득일 수도 있었는데" "이재명 녹취록이나 해명요" "등의 냉소적인 반응이 존재했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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