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롯데가 24일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롯데는 유격수 이학주(32)를 받은 대신 투수 최하늘(23)과 내년도 신인 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지난 해 11월 롯데가 외국인 선수 딕슨 마차도와 결별하면서 꾸준히 제기돼온 트레이드 퍼즐이 마침내 맞춰졌다.
트레이드에서 궁금한 것은 항상 배경과 결과다. 조금 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자. 지난 8월의 신인 드래프트. 삼성은 1차 지명에서 다양한 선택권을 쥐고 있었다.
복잡한 속내가 엿보였다. 1차 지명은 10년 대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4명의 후보가 거론됐다. 3명의 투수와 한 명의 유격수. 박준영(세광고-한화) 김주완(경남고-LG) 신현민(동성고-SSG) 세 투수 모두 빠른 공을 던지는 고교 정상급 투수다. 김주완은 왼손 투수.
세 투수와 경쟁하는 이재현(서울고-삼성)은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 삼성은 타 구단보다 며칠 늦게 결과를 발표했다. 장고하는 동안 투수 아닌 유격수를 선택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결국 삼성의 선택은 이재현이었다.
이전 같으면 두 눈 딱 감고 투수를 선택했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이때가 이학주 트레이드의 전조였다. 삼성에게 이학주는 아픈 손가락이다. 과거엔 1등 하던 학생이었다. 근래 들어선 신통찮았다. 마음을 다 잡으면 다시 1등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바람으로 붙잡고 있었다.
이학주와 삼성의 관계는 2년 전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학주는 2019년 2차 1라운드로 삼성에 입단했다. 그의 과거는 화려했다. 큰 신장(189㎝) 강한 어깨에 장타력까지 갖춘 대형 내야수. 누구나 탐낸 재목이었다. 시카고 컵스가 선뜻 115만 달러(약 13억 5000만원) 계약금을 내질렀을 정도다. 결국 돌고 돌아 국내로 유턴했다.
삼성 입단 첫 해 타율 0.262 홈런 7개 36타점을 기록했다. 기대에 미치진 못했으나 나쁘지도 않았다. 성적을 놓고 구단과 해석이 달랐다. 겨우 내 연봉 협상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개 선수와 구단의 사이는 연봉 과정에서 벌어진다. 서운함이 쌓이다 보면 회복 불능까지 가기 마련이다.
지난 해 11월 롯데가 외국인 선수 마차도를 내보내면서 이학주 트레이드가 수면 위로 올라 왔다. 삼성은 전통적으로 유격수 부문이 두터웠다. 오대석, 류중일, 박진만 등이 7차례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키움(8회)에 이어 두 번째다. 롯데는 1992년 박계원, 2008년 박기혁 두 차례 뿐이다.
뒤늦게 출범한 NC, KT, SSG를 제외하면 롯데가 가장 적다. 팀 자체 골든글러브 순위에도 유격수 부문이 최하위다. 외야수(13회) 2루수(7회) 1루수와 지명타자(이상 5회)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롯데가 수비 좋은 마차도를 내보낸 이유는 대포 한 방과 넓은 외야 수비를 지닌 선수를 보강하기 위해서다. 사이드암 최하늘은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 삼성은 고영표(KT) 임기영(KIA) 등 체인지업을 앞세운 사이드암들의 활약에 고무됐다. 트레이드의 결과를 알기까진 시간이 걸린다. 언뜻 보기엔 롯데 쪽이 남는 장사 같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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