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침공에 충분할 정도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대에 배치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28일(이하 현지시간) 경고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언제든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병력을 접경지대에 배치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역을 점령하기에 충분한 병력을 전개한 상태라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측 요구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대응이 불충분하다고 불만을 나타낸 가운데 오스틴 장관의 발언이 나왔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 대사 명의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러시아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는 소련 해체 당시 미국 등 서방이 약속한대로 옛 소련 동유럽 국가들을 완충지대로 만들어 이들 국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되는 것을 거부하라고 요구했지만 서방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나토는 그렇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더라도 전투병력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다만 일부 나토 회원국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우크라이나군 무장 강화를 돕고는 있다.
우크라이나는 위기상황을 부추기는 듯한 서방의 태도에 일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국경지대에 병력을 배치했던 지난해 봄과 지금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방의 이같은 경고가 패닉을 불러와 우크라이나 경제에 충격을 주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돈을 빼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전쟁 위험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미군 지휘부는 동유럽 동맹 방어를 위해 동유럽 나토 회원국들에 병력 8500명을 파견하는 세부계획을 입안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4개 회원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면서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이들 4개 회원국을 지킬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오스틴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접경지대에 침공에 충분한 병력을 집결시키기는 했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직은 최종결심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도시들과 영토 상당분을 점령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병력을 접경지대에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밀리 합참의장도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10만여 대군이 중무장한 채 접경지대에 배치돼 있다면서 거의 아무런 경고도 없이 곧바로 침공을 개시할 수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미국이 27일 자국 외교부에 보낸 서한에서 안보 요구조건들을 무시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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