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개미들 울리는 ‘물적분할’, ‘코리아 디스카운트’ 앞당기는데 정부는 외면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1.30 17:03

수정 2022.01.30 17:03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최근 대기업들의 핵심 사업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으로 개미들의 주가 수익률이 낮아진 가운데 이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개미들은 일방적으로 물적분할을 결정하는 기업을 규탄하고 물적분할을 금지해달라는 청원을 청와대 게시판에 속속 올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법적 대처가 이뤄지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개미들의 속은 타고 있다.

3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주가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을 본격화한 뒤 주가가 지속해서 빠지며 지난해 고점(102만8000원) 대비 -35.41% 떨어졌다. 핵심 사업 부문인 배터리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빠져나가면서 LG화학의 가치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다.


■물적분할 이후 모회사 주가 급락
이처럼 물적분할로 모회사 기업 주가가 빠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세아베스틸도 지난 20일 물적 분할 발표 이후 전날까지 주가가 -14.12% 떨어졌고, NHN은 지난달 24일부터 -62.88% 폭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는 물적분할에 찬성표를 던지며 개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포스코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오는 28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포스코의 물적 분할안에 찬성했다. 앞서 포스코는 자회사를 상장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을 내놨지만,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센 상태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액 주주의 이익까지도 보호될 수 있는 지배구조 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기”라며 “이러한 지배구조 개선이 지주회사 할인율을 축소시킬 뿐만 아니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적분할은 회사가 특정 사업부를 분사해 별도 법인으로 설립하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이때 회사는 모회사로서 신설된 자회사의 주식 100%를 소유하게 됨에 따라 모회사의 기존 주주는 해당 자회사의 주식을 가지지 못한다.

기업이 물적분할을 단행하는 것은 자회사 상장을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함으로써 재무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 효율성을 향상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또한 향후 신설법인 성장에 따라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수순으로도 활용된다.

이러한 물적분할제도는 지난 1997년 11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구조 개편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이듬해인 1998년 12월 상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이를 기점으로 물적분할은 구조조정은 물론 투자 유치, 인수·합병(M&A)을 위한 방편으로 시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물적분할의 가장 큰 문제는 분할 이후 자회사 상장 시 기존 모회사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상장으로 인한 지주회사 할인으로 해당 모회사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소액주주는 그만큼 손해를 입기 때문이다.

실제 LG화학 이외에도 SK케미칼도 물적분할된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가 지난해 3월 상장된 후 주가가 최근 절반 이하로 하락했다.

■물적분할,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특히 이러한 물적 분할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이끄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회사법에 따라 모든 주주들의 공통의 이익을 위한 물적분할을 해야 하나 국내에서는 지배주주가 일반주주의 이익과 권한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물적분할 이후 존속회사가 신설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신설회사가 타 법인과 합병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이 이루어지는 경우 분할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에 중요한 변화가 생길 수 있으나 소수주주들은 이러한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 열린 '모자회사 쪼개기 상장과 소액주주 보호' 토론회에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물적분할을 통한 자회사 쪼개기 상장은 공시 후 주가가 폭락하고, 모회사 주주는 배제한 채 일반공모를 통해 상장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대주주는 이러한 쪼개기 상장을 활용해 지배력과 이익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있다"며 “대주주의 지배력과 이익을 강화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일방적인 피해를 보고있는 만큼 모든 주주를 똑같이 대우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적분할은 소액주주 집단소송제도가 활성화돼 있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기업분할 방식이다. 어느 기업이 물적분할을 통해 신설한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주가가 떨어지면 소액주주들이 주주이익을 침해했디며 해당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기업 물적분할 제도를 개선해 소액주주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대선 정국을 맞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야 후보 모두 물적분할 시 모회사 소액주주가 입는 피해를 막기 위해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 등의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개미들은 정부가 한국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제도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물적분할 이슈에는 무관심하다며 분노하고 있다. 투자자들에 대한 보호대책 없이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들어올리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올해도 물적분할에 따른 역대 최대 규모의 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체로 보면 기업 가치는 그대로인데 물적분할로 주식 수만 늘려 주가를 희석하는 행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개미들이 국내 증시에 실망하고 미국장으로 떠나는 이유에 대해 정부와 기업, 정치권이 귀를 기울여야할 것”이라면서 “결국 검토만 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법적인 대책 없이 흐지부지 끝날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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