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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은 못 팔아"...독, 글로벌웨이퍼스의 질트로닉 인수 제동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2 04:17

수정 2022.02.02 04:17

[파이낸셜뉴스]
독일 정부가 자국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질트로닉 매각 승인을 마감시한까지 결정하지 않아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인수가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15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이포의 유니셈(M)베르하드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독일 정부가 자국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질트로닉 매각 승인을 마감시한까지 결정하지 않아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인수가 무산됐다. 지난해 10월 15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이포의 유니셈(M)베르하드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반도체 안보'를 이유로 독일 정부가 자국 반도체 웨이퍼 생산업체 질트로닉 매각을 사실상 불허했다.

1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지난달 31일이 마감시한인 대만 글로벌웨이퍼스의 질트로닉 인수 허가를 결정하지 않았다.


양사가 합병하면 일본 신에츠에 이어 300mm 웨이퍼 생산 세계 2위가 될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독일 정부가 '기술 주권' 강화에 나서는 가운데 31일 밤 양사 합병이 무산됐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은 현재 미국과 아시아에 반도체를 의존하고 있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이 만드는 반도체에 산업의 명줄이 달려있다.

대만 글로벌웨이퍼스는 경쟁사인 독일 질트로닉을 43억5000만유로(약 5조9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하고, 1월 31일을 마감시한으로 정한 바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부는 마감시한까지 합병을 승인하지 않았다.

경제부 공보관은 중국 당국의 승인이 지난주에야 완료됐다면서 관련 서류를 비롯해 투자서류를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려 마감시한 안에 검토를 끝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21일 양사 합병을 승인한 바 있다.

글로벌웨이퍼스도 1일 합병 절차가 마무리될 수 없었다면서 이에따라 합병계약은 소멸됐다고 밝혔다.

합병이 실패함에 따라 글로벌웨이퍼스는 질트로닉에 5000만유로 위약금도 물어야 한다.

독일 정부가 관련 서류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표면적인 이유로 들었지만 합병 무산은 유럽의 기술 주도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근본 배경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피니온을 비롯해 많은 반도체 업체들을 갖고 있는 독일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반도체 품귀난이 일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2016년 로봇공학 선두업체인 독일 쿠카가 중국 전자업체 메이디(미디어·Midea)에 매각된 뒤 위기감이 커졌다는 것이다.

컨설팅업체 미래혁신연구소(CIF) 공동 창업자인 아비슈르 프라카슈는 CNBC에 독일과 유럽연합(EU) 모두 쿠카 매각 뒤 '기술 주도권 잠식'에 대해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프라카슈는 "EU에는 기술주권이 물질적인 독립을 의미하는 것으로 반도체 산업 독립이 그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봇공학부터 우주개발, 양자(컴퓨터)에 이르기까지 EU의 미래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이를 위해서는 선진화된 반도체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EU는 이 분야에서 미국이나 중국 같은 다른 나라들에 의존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웨이퍼는 반도체 생산의 토대 역할을 한다.
웨이퍼 위에서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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