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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예능에 도전하는 과학기술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2 18:50

수정 2022.02.02 18:50

[테헤란로] 예능에 도전하는 과학기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민에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주관해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 14곳과 과학기술원 4곳이 10억원을 들여 한 종합편성채널의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과학이나 정보통신기술(ICT)이 아무래도 딱딱한 주제여서 좀 더 재미나게 국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 끝에 준비하게 됐다는 게 과기정통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과학기술을 알리기 위해 고심해왔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기사를 어떻게 하면 국민이 많이 접하게 할 수 있을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 과정에서 여러 잡음도 있었다.
지난 2018년 국정감사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시도했던 언론사의 취재지원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언론사에 홍보예산이 편중됐다는 것.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라는 옛 속담이 여기에 맞는 듯하다.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개발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었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나로호 개발상황이 좋지 않아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언론플레이로 비쳤던 것이다. 하지만 당시 항공우주연구원은 언론진흥재단에 기획취재사업 공모와 평가를 일임해 진행했다. 연구기관이 어느 한 언론사나 방송사를 임의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고, 공정성을 갖추기 위해 제3의 기관에서 공모와 평가가 이뤄져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과기정통부의 과학예능은 과거에 불거졌던 문제는 없다. 다만 참여기관들의 의견이 희망과 의구심, 불만 등 다양하다.

상당수 연구기관은 이번 예능을 국민에게 연구기관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몇몇 연구기관을 제외하고는 상당수 연구기관이 생소하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딱딱한 보도기사보다 예능이라는 포맷을 이용해 국민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일부 기관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검증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새롭게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것. 어찌 보면 한 연구기관이 자신들을 알리기 위해 6000만원을 베팅하는 셈이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3월에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아직까지도 예능프로그램의 형식이나 포맷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말 예능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 기관당 2000만원이었던 게 6000만원으로 올라 고민된다"고 말했다.

또 연구기관은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면서도 고민 중이다.
과거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국감에서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던 항공우주연구원의 사례를 언급했다. 한 관계자는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한 종편에만 이 금액을 투입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예능에 도전하는 과학기술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지켜볼 일이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정보미디어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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