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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빅테크 실적..MS·애플·구글 '미소' vs 메타는 '울상'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16:44

수정 2022.02.03 16:44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4·4분기 실적을 공개한 미국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애플이 잇따라 역대 최대 실적을 발표하며 미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었지만 2일(현지시간) 메타(구 페이스북)가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으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에 대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과 상관없이 빅테크 기업들이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최근 주가하락을 일시적 조정이라고 짚었다. 반면 올해 반독점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며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메타 '어닝 쇼크'에 기술주 주가 동반 하락
메타는 이날 미국 뉴욕 증시 마감 이후 지난해 4·4분기 실적과 올해 1·4분기 전망치를 공개했다.

메타의 지난해 4·4분기 매출은 336억7000만달러 시장 예상치(334억달러)를 웃돌았지만 주당 순이익은 3.67달러로 시장 예상치(3.84달러)를 하회했다.


일일 활성 사용자 수는 19억300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19억5000만명)를 밑돌면서 사상 처음으로 직전 분기보다 감소했다. 월간 활성 사용자 수 역시 29억100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29억5000만명)을 하회했다.

메타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메타버스 사업은 적자폭이 확대돼 우려를 키웠다.

메타버스 사업 부문인 '리얼리티 랩스'의 지난해 4·4분기 영업적자는 33억달러, 연간으로는 102억달러에 달했다. 전년 손실액(66억달러)보다 적자 폭이 커졌다. 지난해 이 사업에 지출된 투자비는 100억달러를 넘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메타가 올해 1·4분기 매출 전망치로 밝힌 270억∼290억달러 역시 시장 예상치(301억5000만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메타는 올해 1·4분기 매출 증가율이 3∼11%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11% 미만 증가율은 역대 가장 저조한 수치다.

메타의 실적 부진은 경영 환경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탓이다. 뉴스피드보다 광고 수익이 적은 인스타그램 '릴스(짧은 동영상 서비스)'로 이용자들이 옮겨가고 있고 애플 iOS의 개인정보 처리방침 변경에 따른 실적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이슈로 광고주들이 예산을 축소하고 있어서다. 이날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 발표에 메타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23% 넘게 빠졌다.

다른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 업체들도 시간외거래에서 동반 급락했다. 트위터(-7.97%), 스냅(-17.06%), 핀터레스트(-8.93%) 등이 하락했다. 전날 호실적을 발표한 구글(-1.68%)과 3일 실적 발표를 앞둔 아마존(-3.56%) 등 다른 기술주도 주가가 빠졌다.

■빅테크 호실적에 반등한 나스닥, 메타가 발목 잡나
이는 최근 빅테크들이 연일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미 증시를 밀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MS는 지난달 25일 실적발표를 통해 지난해 4·4분기 순이익이 1년 전보다 21% 늘었다고 밝혔다. 애플도 지난달 27일 장 마감 이후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분기 매출액만 150조원에 육박하고, 순이익은 42조원에 달했다.

알파벳은 지난 1일 지난해 4·4분기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2.4% 늘어난 753억2500만달러, 순이익이 35.6% 증가한 206억42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이 기간 유튜브 광고 수익이 25.4% 증가했고 구글 클라우드 사업 매출액 역시 44.6% 급증했다.

새해 들어 급락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는 빅테크들의 호실적과 긍정적인 전망에 급반등했다. 나스닥지수는 지난달 28일부터 3거래일간 7.43% 폭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08% 올랐다.

일각에서는 메타가 미 증시 반등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전문가는 "페북의 실적 부진이 다른 기술주에도 파문을 일으켰고 나스닥 시장 반등을 위협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각국의 반독점 규제 역시 빅테크 실적 및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미 상원 법사위는 빅테크들이 운영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원 본회의에 상정 예정으로 미 의회는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유럽의회도 빅테크가 타깃 광고를 위해 사용자의 인종과 종교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막는 법안 초안을 최근 채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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