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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빙의 장막

노주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3 18:45

수정 2022.02.03 18:45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폐쇄루프'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뉴스1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중국 베이징 메인미디어센터 앞에서 시민들이 '폐쇄루프'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뉴스1
철의 장막(Iron Curtain)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까지 유럽을 동유럽 사회주의와 서유럽 자유주의 진영으로 각각 나눴던 사상적·물리적 경계였다. 당시 유럽은 소비에트연방(옛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바르샤바조약국과 미국 중심의 북대서양조약국(NATO)으로 양분됐다.

애초 소비에트연방의 영향권 경계라는 뜻으로 쓰이기 시작한 이 말이 유명해진 것은 1946년 3월 5일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미국에서 행한 연설에서였다. "발트해의 슈테틴에서 아드리아해의 트리에스테까지 철의 장막이 대륙을 가로질러 드리워져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이 연설 이후 양 진영은 폐쇄적 냉전상태에 들어갔다.


죽의 장막(Bamboo Curtain)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래 중국이 선택한 배타적 대외정책을 가리킨다. 중국의 명물인 대나무에 가려진 자력갱생용 보호막이었다. 철의 장막과 달리 유래가 명확하지 않은 비유적 표현이다. 1971년 중국을 방문한 미국 탁구선수단의 핑퐁외교가 문을 열었다.

4일 개막하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또 하나의 장막이 등장했다. 선수단과 취재진 그리고 자원봉사자를 폐쇄 루프(Closed Loop) 속에 집어넣고 일반인과의 접촉을 완전히 격리한 차단막이다. 모든 경기장과 훈련장, 숙소, 미디어센터는 바리케이드에 의해 꽁꽁 둘러싸인 섬이 돼버렸다.

14년 전 하계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린 중국은 이번 동계올림픽에서는 빅2의 위상을 대내외에 과시할 심산이었다. 그러나 미국·영국·일본·호주가 참여하는 외교적 보이콧과 일촉즉발의 우크라이나 사태가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
폐쇄 루프와 무관중 경기는 새로운 '빙(氷)의 장막'을 상징한다. 코로나 팬데믹 발원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는 중국 정부의 몸부림이 처절하다.
다만 올림픽정신을 생각하면 뒷맛이 씁쓸하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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