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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런던 등서 2차상장 검토...500억달러 신주 발행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05 05:13

수정 2022.02.05 05:13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사우디 아람코 석유 시설에서 2019년 10월 12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의 사우디 아람코 석유 시설에서 2019년 10월 12일(현지시간) 한 직원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람코가 런던이나 싱가포르 등에 2차 상장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로 500억달러 주식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아람코는 당초 뉴욕이나 런던 등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선다는 계획이었지만 9·11유족들과 관련된 소송 가능성, 규제 강화 등의 우려 속에 결국 자국내 리야드의 타다울 증시에 2019년 상장한 바 있다.

당시 신주 발행 규모는 294억달러였다.


런던 등에서 500억달러 발행 검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이하 현지시간) 소식통들을 인용해 사우디가 아람코 주식을 최대 500억달러어치 발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 아람코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지분의 약 2.5%에 해당하는 규모가 된다.

WSJ에 따르면 시총 기준 세계 최대 석유업체인 아람코는 런던, 싱가포르를 비롯한 해외 주식시장에서 신주 발행을 통한 2차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외부 자문사, 국제 투자은행들과 논의 중이다.

소식통은 2019년 타다울 상장 당시보다 규모가 훨씬 큰 2차상장은 그러나 아직 계획 단계일 뿐이라면서 지분 발행이 늦춰지거나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석유 이후'를 대비해 경제 선진화를 추구하는 사우디는 경제성장 실탄 마련을 위해 그동안 아람코를 통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다각도로 연구해왔다.

기대에 못 미친 사우디 증시 상장
2019년 아람코 상장은 그러나 기대에 못 미쳤다.

당초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의 5% 규모인 최대 1000억달러 지분을 발행한다는 야심찬 계획은 좌절됐다.

9·11테러 주모자 절반이 사우디 출신이고, 알 사우드 왕가의 지지기반인 사우디의 이슬람 급진주의가 테러를 일으킨 알카에다의 핵심 지지세력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9·11 유족들이 사우디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전망 등이 작용했다.

정치적인 이유만이 걸림돌은 아니었다.

아람코 기업가치를 1조7000억달러로 잡은 사우디의 기업가치 평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실제 가치는 그 절반도 안된다는 지적들이 잇따르기도 했다.

유가 급등 속에 2차상장 논의 본격화
아람코가 2019년에 실패한 해외 상장을 재추진하는 배경은 국제유가 고공행진에 따른 자신감이다.

4일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는 배럴당 92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90달러를 넘어섰다.

브렌트는 지난 1년간 57% 폭등했다.

리야드 타다울 증시에 상장된 아람코 주가 역시 유가 상승에 힘입어 오름세를 타고 있다. 덕분에 최근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뛰었다.

그러나 아람코 상장은 국제 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당초 목표와 달리 국내용에 머물러 있다.

주가가 뛰고 있다고는 하지만 거래량도 많지 않고, 외국인 투자자 비중도 작다.

2차상장, 런던 유력
소식통 가운데 한 명에 따르면 2차 상장이 실현될 경우 가장 가능성 높은 곳은 런던이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아람코는 이미 상장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런던 투자자들과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아람코는 또 중국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방안도 재검토하고 있다.

리야드 상장 당시 좌절됐던 계획을 부활하는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4번째로 수익성 높은 기업
아람코는 기후위기 속에 각국이 탄소배출 억제에 들어가면서 장기 전망이 위협받고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이다. 석유투자가 위축되면서 아람코가 보유한 석유자원의 매력이 그만큼 더 높아졌기 때문이다.

덕분에 아람코는 애플,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이익률이 높은 상장사로 부상했다.

한편 아람코는 자사 에너지 인프라 지분 매각을 통한 자본 확보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천연가스관 사업 부문 지분 49%를 155억달러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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