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클릭 이사건] 내 고양이를 잔인하게 죽인 범인..“길고양이인 줄 알았다”

김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3 09:59

수정 2022.02.13 10:02

지난 2019년 7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정모씨(당시 39)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지난 2019년 7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정모씨(당시 39)가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최근 길고양이를 잡아 철제 틀에 가두고 산 채로 불을 붙여 죽이는 영상이 논란이 되자 동물단체의 신고로 경찰이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달 28일과 30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과 사진을 게시한 신원미상의 남성 A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는 지난 9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해당 영상 게시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강남경찰서는 해당 사건까지 병합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앞서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살해한 30대 남성은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혐의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바 있다. 지난 2019년 7월 일정한 직업 없이 고시원에서 생활하던 정모씨(당시 39)는 주민들이 돌보던 길고양이 ‘자두’를 학대하고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조사 결과 정씨는 유튜브에서 ‘고양이 학대’ 관련 내용을 검색하는 등 평소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 고양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놀라기도 하고 다리를 물렸다는 이유로 고양이 사료에 세탁세제를 섞어 학대하기로 결심했다.

정씨는 2019년 7월 13일 한창 여름이라 날이 환히 밝았던 오전 8시께 경의선숲길을 다니며 학대할 고양이를 물색했다. 이어 피해자 A씨가 운영하는 식당 앞에서 고양이 ‘자두’를 발견했다.

정씨는 자두가 세탁세제를 섞은 사료와 물을 거부하자 자두의 꼬리를 잡고 들어 올린 후 수 차례 땅바닥과 테라스 벽 등에 내리쳤다. 이어 발로 자두의 머리를 수차례 짓밟고 사체를 화단에 유기했다.

정씨는 줄곧 “자두가 길고양이인 줄 알았다”며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그러나 자두는 A씨가 지난 2014년 자두의 어미 고양이 시절부터 2017년 출생까지 살피던 고양이였다. A씨는 자두가 태어난 이후부터 사건 발생 전날까지 가게 한켠에 생활 공간을 만들어주고 먹이를 주며 돌봐왔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구체성과 그에 부합되는 관련 정황 등을 감안할 때 비록 그 어미 고양이가 길고양이였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고양이는 출생 이후부터 피해자의 전적인 관리 또는 보호를 받아온 피해자 소유의 고양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이른바 캣맘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어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며 “단지 고양이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로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은 고양이를 학대하는 등 그 범행 동기에도 비난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또 “무차별적으로 고양이를 학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미리 세탁세제를 섞은 사료를 준비하고 범행 이후에는 태연히 현장을 이탈하는 등 범행 전후 정황도 좋지 않다”면서 “가족처럼 여기던 고양이를 잃은 피해자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하고 있는데다 이 사건 범행으로 사회적 공분을 초래했다”고 판시했다.

이후 검찰과 정씨는 모두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모두 기각하고 원심을 유지했다.

이 선고는 당시 동물학대 사건 대부분이 처벌되지 않거나 벌금 또는 집행유예에 그치던 가운데 내려진 첫 실형 선고였다. 이에 카라 등 동물단체들은 동물보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와 동물 학대 사안에 대해 엄중히 본 재판부의 판단을 환영했다.


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러한 판결은 동물을 학대한 살해범에게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뜨거운 사회적 관심의 결과”라며 “동물보호법이 더욱 강화돼 동물학대자에게 더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지고 이 사회가 동물학대에 대해 더욱 엄중한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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