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50년 경제 기여 모르쇠, 근거없는 억지만… 지자체의 두 얼굴 [기업 발목 잡는 지역이기주의]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6 18:26

수정 2022.02.16 18:26

포항시 "포스코, 배은망덕" 비난
현대重 서울 지주사 반대하던 울산
설치 이후에도 지방세 수입 늘어
지역-기업, 상생의 길 찾아야
50년 경제 기여 모르쇠, 근거없는 억지만… 지자체의 두 얼굴 [기업 발목 잡는 지역이기주의]
50년 경제 기여 모르쇠, 근거없는 억지만… 지자체의 두 얼굴 [기업 발목 잡는 지역이기주의]
포항은 지난 50여년 동안 포스코의 성장과 궤를 같이해 왔다. 산업적 측면은 말할 것도 없고 교육, 관광, 창업, 나눔까지 포항시 곳곳에 포스코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하지만 포스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서울 설립을 앞두고 실체 없는 위기론에 불을 지피며 막무가내식으로 반대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모습은 포스코와 지자체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백년 사회공헌 하루아침에 모르쇠

이강덕 포항시장은 지난 7일 포항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포스코그룹의 지주회사를 서울에 둔다는 것은 배은망덕한 일"이라며 포스코를 맹비난했다. 앞서 15일에는 언론 인터뷰에서 50여년간 포항시민들이 환경 문제를 감내해왔는데 지주사를 서울에 설립하려 한다며 경영진 사퇴까지 요구했다.

불과 3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포스코가 국내 최대 규모의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를 완공해 포항시에 기증하자 "영일만 관광특구 중심지인 환호공원에 체험형 조형물을 선물해 준 포스코에 감사드린다"면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할 때와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1968년 창립된 포스코는 모든 분야에서 포항시의 성장을 이끌어 왔다. 특히 포스텍과 포항교육재단을 설립해 포항을 교육도시로 육성하고 지난해에는 파크1538, 스페이스워크를 개관하며 전국에서 찾아가는 관광도시로 만들었다. 여기에 체인지업 그라운드를 설립해 벤처기업의 요람이자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탈바꿈시킨 것도 포스코다.

하지만 포항시가 지주사와 연구시설의 위치까지 간섭하는 것은 도를 넘어선 경영간섭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포스코홀딩스 직원 200여명, 미래기술연구원 직원 70여명 때문에 1만7000명이 근무하는 포항제철소를 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스코가 부생수소 생산설비 증설, 수소출하센터 충전소, 고순도니켈공장, 양극재 6만t 공장 신설 등 신사업분야 투자와 포항 1고로 박물관 설립 등 사회공헌을 약속했는데도 지주사와 연구시설까지 목을 매는 것은 욕심이 지나치다는 목소리다. 포스코가 포항과 광양 지역에 기여하고 있는 가치는 연간 40조원으로 추정된다. 직간접적으로 창출되는 일자리만 7만여명에 달한다.

■이천시, 하이닉스 용인 이전에 승복

지주회사의 위치를 놓고 지자체가 발목을 잡았던 사례가 없지는 않다.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이 본사 소재지를 서울로 결정하자 울산시가 강력 반발하며 울산 존치를 요구했다. 생산시설과 인력 등이 울산에 그대로 있지만 지주사를 서울에 설립하면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는다는 주장을 폈고, 울산시장과 시의회의장이 삭발까지 했다. 하지만 지주사 서울 설치 이후에도 울산시의 지방세 수입은 계속 늘고 있다. 실제로 울산시의 지방세 수입은 2019년 1조5043억원이었지만 꾸준히 증가해 올해는 1조578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와 대비되는 사례도 있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공장을 짓고 중소 협력업체 50여곳이 동반입주하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부지선정에 이천, 용인, 청주, 구미, 천안 등 지자체 5곳이 달려들었다.
수만개의 일자리와 120조원에 달하는 경제효과로 지역 국회의원까지 나서며 힘겨루기 양상이 벌어졌지만 최종 승자는 용인시로 확정됐다. SK하이닉스 사업장이 위치한 이천시가 고배를 마신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엄태준 이천시장은 "SK하이닉스의 본사가 위치한 이천시 시장으로서 SK하이닉스의 고심과 전략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이웃한 용인시의 발전을 응원하며, 앞으로도 이천시와 상생 발전하길 희망한다"고 깨끗하게 수용했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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