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 커피값으로 황제주 사볼까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2.17 18:10

수정 2022.02.17 18:10

사실상 액면분할 효과 누리는 셈
주식 소외계층 투자 유인책 역할
"포트폴리오 투자 지원해야"
증권사 서비스 고도화 제안도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 커피값으로 황제주 사볼까
국내 주식시장에 소수점 거래(소수 단위 거래) 도입이 확정되면서 1주당 수십만원에 달하는 우량주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MZ세대 등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부담스러웠던 고가주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거래량도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국내 주식의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오는 9월부터 24개 증권사가 전산 구축이 되는 대로 선보일 예정이다.

■액면분할 없어도 고가주 산다

소수점 거래는 1주 단위가 아니라 소수점 단위로 주식을 거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10만원만 투자하는 경우, 기존에는 1주당 100만원인 주식을 살 수 없었지만, 소수 단위 거래가 가능해짐에 따라 0.1주만 살 수 있다.
이 때문에 소액 투자자들도 주당 가격이 높은 주식을 살 수 있게 된다.

소수점 거래는 사실상 액면분할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평가 받는다. 삼성전자, NAVER, 카카오 등은 액면분할 이후 소액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민주 반열에 오른 바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주가가 40만원 이상인 종목은 14개다. 주가가 가장 비싼 종목은 태광산업으로 103만7000원에 이날 거래를 마쳤다.

소수점 거래의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은 2차전지 관련주다. LG화학(64만원), 삼성SDI(55만7000원), LG에너지솔루션(45만4500원) 등 분야 대형주들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지만, 주가도 대체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소비재 대형주인 LG생활건강(102만8000원)과 F&F(84만1000원)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두 종목은 태광산업 다음으로 주가가 비싼 종목들이다. 지난달 90만원대로 떨어졌던 LG생활건강은 40여일만에 '황제주(주당 100만원)' 자리에 복귀했다.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76만원)도 소수점 거래의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이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종목별로 봤을 때 국내 증시에서 상대적으로 고가로 분류돼 있는 LG화학, LG생활건강, 삼성SDI 같은 종목에 대한 투자 기회가 열린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소수점 거래 허용은 개인투자자들의 종목 선택권을 넓혀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학 MZ 개미' 늘어난다… "포트폴리오 투자 도와줘야"

소수점 거래가 주식시장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저변 확대'다. 상대적으로 여윳돈이 부족해 주식시장에서 소외됐던 젊은 세대 등도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가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던 지난 2018년 10월 이후 소수점 거래를 이용한 2030세대의 비중은 70%에 육박한다고 추정된다.

MZ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하는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은 소수점 거래 도입을 발 빠르게 진행해 왔다. 이 때문에 자본시장법과 금융지주회사법상 금융투자업인가를 받지 않은 두 기업에 금융위도 특례를 부여해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에 대한 서비스 참여를 허용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규모 여윳돈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종목이 많아지면 다양한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것은 물론 MZ세대 유입 등으로 투자 인구가 늘 수 있다"며 "국내 증시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실시간 거래가 불가능하고 의결권을 받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소수점 거래는 여러 명의 개인투자자가 요청한 소수 단위의 주문을 합산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서 거래의 적시성이 떨어진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는 증권사의 서비스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개별 증권사가 어떤 거래 시스템을 제공하는지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가 단순히 개별 종목을 소수점으로 거래하는 방식을 넘어서서 '포트폴리오 투자'를 더 쉽게 해주는 서비스를 증권사가 개발하고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