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개회식 대만 선수단 기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황위팅
중국 대표팀 유니폼 입고 훈련 사진에 대만 누리꾼 '분노'
논란 진화되지 않자 17일 은퇴 선언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황위팅
중국 대표팀 유니폼 입고 훈련 사진에 대만 누리꾼 '분노'
논란 진화되지 않자 17일 은퇴 선언
대만 연합보 21일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총리 격인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은 지난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만 대표팀 황위팅(34)이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과 관련해 "국가대표팀 선수의 부당한 언행에 대해 처분을 체육 당국에 요구할 것"이라 밝혔다. 쑤 원장은 "국가대표 선수는 대만의 존엄과 품격을 유지해야할 책임이 있다"면서 "(황위팅의) 관련 행위는 극히 부당하며,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번 사태의 주인공 황위팅은 지난 4일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서 대만 선수단 기수로 등장한 인물로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롤러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는 2018년 평창 대회 당시 1500m 경기를 치르던 중 넘어지고도 끝까지 완주하는 모습에 큰 화제를 모았고 그 일로 올림픽 정신과 투혼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해당 영상은 곧 대만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을 들끓었다. 최악 수준의 양안(중국과 대만 사이의 관계) 관계 속 반중 감정을 품은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올림픽이 끝나도 돌아오지 말라" "중국에서 쭉 살아라" "중국인이 되고 싶다는 의미냐" 등의 댓글과 욕설이 쏟아졌다.
논란이 거세지자 황위팅은 "친한 중국 선수에게 유니폼을 선물로 받은 것"이라며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다. 스포츠계에서 선수들은 국적의 경계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중요하지 않은 일로 관심을 끌고 싶지 않다"며 "(나를 응원하기 싫다면) 다른 대만 선수들만은 열심히 응원해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황위팅의 해명 역시 역풍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을 치른 황위팅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그는 여자 500m, 1000m, 1500m 종목에 출전했지만 모두 20위권 안에 들지 못했다. 결국 황위팅은 지난 17일 1000m 경기를 마무리한 뒤 "신체적, 심리적으로 모두 지쳤다"며 은퇴를 선언했다. 급기야 황위팅은 폐막식에 참석하지 않고 전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후 중국 기관지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는 "황위팅의 저조한 성적과 은퇴 시사는 대만인들의 무자비한 악성 댓글과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것"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내놨다. 그러면서 "경험은 물론 높은 명성을 가진 선수이지만, 그를 겨냥한 유니폼 사건이 선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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