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발사 만지작 "정찰위성 관련 계획, 중요시험" 주장
발사체에 '촬영기' 탑재해 준중거리 탄도발사체 발사 추정
軍 대비태세 점검, 우크라 사태·北미사일에 긴급 지휘관회의
러시아 푸틴 핵위협 카드 내비춰 공포의 균형’이 무너지나?
[파이낸셜뉴스]
발사체에 '촬영기' 탑재해 준중거리 탄도발사체 발사 추정
軍 대비태세 점검, 우크라 사태·北미사일에 긴급 지휘관회의
러시아 푸틴 핵위협 카드 내비춰 공포의 균형’이 무너지나?
우리 군 합동참모본부는 전날인 27일 오전 7시5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발사체의 비행거리는 약 300㎞, 정점 고도는 약 620㎞로 탐지되면서 북극성-2형'과 같은 중거리 탄도미사일인(MRBM)을 쏜 것으로 관측됐다.
북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27일 정찰위성개발을 위한 공정계획에 따라 중요시험을 진행하였다"고 전했다. 미사일이 아니라 정찰위성 개발 시험을 위한 '발사체'를 쐈다는 주장이다.
신문은 "중요시험을 통하여 국가우주개발국과 국방과학원은 정찰위성에 장착할 촬영기들로 지상특정지역에 대한 수직 및 경사촬영을 진행하여 고분해능촬영체계와 자료전송체계, 자세조종장치들의 특성 및 동작 정확성을 확증하였다"라며 "이번 시험은 정찰위성개발에서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시험으로 된다"고 보도했다.
군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지난해 1월 당 8차 대회에서 수립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에 '핵심 5대 과업'으로 별도로 분류됐는데, 북한은 5대 과업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군 정찰위성 개발도 포함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인공위성발사 기술과 탄도탄 발사 기술은 동일하기 때문에 레드라인 넘었다는 신호를 회피해 미국의 단호한 대응을 얼버무리려는 술책에 불과하다"며 "북한이 장기적으론 정찰위성 전력도 갖추려 하겠지만 현재의 목표는 명확히 '핵무기 실전배치 및 핵보유국 공식화'"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올해 1월에만 극초음속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6차례, 순항미사일 1차례 등 지난달 30일까지 모두 7번의 미사일 무력 도발을 감행한 데 이어 베이징동계올림픽 기간 주춤하는 듯 보였으나 28일 만인 어제 2월 27일에 올 8번째 도발에 나선 것이다.
김정은은 지난 2018년부터 핵실험·ICBM 시험발사 유예, 모라토리엄을 유지해 왔으나 지난달 19일 이러한 조치의 철회를 시사한 바 있다.
군 당국은 2월 2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주재로 긴급 주요 지휘관회의를 열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무력침공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상황을 평가하고 우리 군의 군사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이날 긴급 소집된 회의엔 원인철 합참의장과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김정수 해군참모총장,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김태성 해병대사령관, 강은호 방위사업청장, 박종승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 등이 참석했다.
서 장관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전날 이뤄진 북한의 올해 8번째 미사일 발사에 대해 "우크라이나 상황 하에 국제사회의 관심 환기를 위해 '강대 강' 기조를 시현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특히 "현재의 경계태세를 유지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상황에 따른 향후 북한의 군사행동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한·미 공조 하에 북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억제·대응전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서 서 장관은 "사이버전·심리전·비정규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술'을 실전 적용했고, 우크라이나 국가 및 군사중요시설을 정밀 타격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같은 안보상황 하에서 우리 대비태세를 점검하고 우리 안보에 주는 함의를 되새기며, 장병들의 정신전력 강화를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강한 국방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CNN 방송은 나토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가 예상보다 심각한 병력 손실과 무장 손실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압도적인 공군력을 앞세워 초반부터 제공권 장악을 노렸지만 우크라이나의 방공 체계가 예상외로 견고해 거점 장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우크라이나 방공 체계가 지금도 작동 중이고 우크라이나 전역서 러시아군의 접근을 막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2월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금기시하는 핵위협 카드까지 꺼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무기를 운용하는 핵 억지력 부대에 경계 태세 강화를 지시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 자유진영의 초강도 제재에 반발해 푸틴이 핵위협을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이 같은 핵위협 발언은 ‘공포의 균형’을 깰수 있는 심각한 사안으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전 사용 가능한 저위력 핵무기 등장이라는 현실은 푸틴의 핵위협·핵전쟁 시나리오를 무시할 수 없게 만드는 상황으로 러시아의 핵위협에 미국도 저위력 핵무기 카드로 맞서는 상황은 최악의 시나리오 전개로 예상된다.
반 센터장은 "푸틴의 핵위협은 현재 핵무기 역학의 전환 조짐 속에서 나왔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핵무기는 실전 '사용 가능”한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우려를 더 한다"고 진단했다.
반 센터장은 "미국은 저위력 핵무기 3종 △SLBM인 트라이던트 II △저위력 유도폭탄 B61-12 △순항미사일, 토마호크-N을 개발하면서 핵무기의 속성을 사용가능 한 것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SLBM용 저위력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 II는 이미 작전배치 된 상태로 변화하는 핵무기 역학 속에서 중국·러시아도 저위력 핵무기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핵과 관련해선 지난 2019년 8월 2일 미·러 양국의 핵경쟁 억제 기반을 제공하던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조약' 폐기 전부터 이미 국제 전략적 안정성이 크게 흔들려 왔다.
INF 조약은 지난 1987년 미국과 러시아(구소련) 간 체결했다. 조약 당시 이미 생산했던 단거리(사거리 500~1천km)와 중거리(사거리 1천~5천500km) 지상 발사 탄도·순항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고 향후 해당 범주 미사일의 생산·시험·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조약이다.
하지만 미국은 러시아가 2017년부터 사거리 2천~5천km의 중거리 순항미사일 9M729(나토명 SSC-8)를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며 이는 재래식 탄두는 물론 핵탄두를 탑재하고 몇 분 안에 유럽 도시들을 타격할 수 있어 이를 폐기하지 않으면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러시아는 9M729의 사거리가 480km로 INF 적용 대상이 아니라면서 오히려 미국의 유럽 미사일방어(MD) 시스템에 속한 발사대 MK-41이 요격 미사일뿐 아니라 사거리 2천400km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INF를 위반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결국, 미국은 중국을 포함한 새로운 포괄적 INF 조약 체결을 위한 전략적 압박 카드로 활용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아시아 동맹국들을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동시에 겨냥하는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을 배치하고자 의도로 2019년 8월 2일 INF 조약을 전격 탈퇴하게 됐다는 것이 대체로 일치하는 전문가들의 견해다.
더구나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후 미국과 러시아는 2021년 1월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을 극적으로 재연장했지만 푸틴의 이번 핵위협으로 New START 작동마저도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반 센터장은 이어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단호히 대응하면서 국제질서의 안정성을 빨리 회복하고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회복시켜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동시에 러시아가 핵 레드라인을 넘어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위기관리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하지만 위기관리에 지나치게 치중해 나약한 모습을 보이면 러시아의 공세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점도 간파해야 한다"며 "미국과 유럽·국제사회의 단합된 목소리와 힘이 러시아의 국제질서 파괴행위를 중단시킬 가장 강력한 지렛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과 구소련은 지난 1962년 쿠바 위기로 핵전쟁의 위기라는 '절체절명'의 어려운 위기에 직면했만 미국의 짜임새 있는 외교정책과 단호한 군사력 현시로 핵전쟁의 위기에서 벗어난 바 있다. 이후 두 개의 초강대국이 치열한 경쟁을 하던 냉전기에도 양국 간 핵군비통제를 통해 핵전쟁 없이 탈냉전기의 국제질서를 맞이했다.
미국의 지략뿐 아니라 절대무기인 핵무기는 사용될 수 없는 인류파멸의 무기라는 인식에 기반한 ‘공포의 균형’이 작동된 결과이기도 하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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