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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우크라이나 '사이버 의병'

구본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2 18:33

수정 2022.03.02 18:33

일론 머스크(사진)가 이끄는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요청한 대러시아 사이버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론 머스크(사진)가 이끄는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요청한 대러시아 사이버전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외롭지 않다. 전 세계로부터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배우 이영애도 1일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관에 1억원을 기부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해커들이 우크라이나 편에 선 것도 위안거리다.
이들이야말로 러시아가 먼저 시작한 사이버전에 참전한 현대판 의병들인 셈이다.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트위터로 "우리는 IT군대를 만들고 있다"며 전 세계에 지원을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웹사이트와 은행 등을 사이버 공격한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된 직후였다. 이 SOS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즉각 화답했다. 그가 구축한 인공위성 기반 초고속 인터넷망 '스타링크'를 기꺼이 제공하겠다면서다.

구글과 메타(페이스북), 트위터 등도 '사이버 의병' 대열에 동참했다. 구글은 러시아군의 악용을 우려, 우크라이나 내 실시간 도로상황 제공 기능을 차단했다. 유튜브는 러시아 국영매체가 이 채널로 광고수익을 얻지 못하도록 했다. 에어비앤비는 사이버 아닌 현실공간에 우크라이나 난민용 무료 단기숙소를 제공할 뜻을 밝혔다. 더 주목되는 건 익명의 국제 해커조직 어나니머스 등 전 세계 해커들의 자발적 참전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자원봉사 해커'로 지칭한 이들의 활약 탓인지 며칠 전 러시아 외무부와 최대 은행 스베르방크 홈페이지가 종일 마비됐다.

최근 러시아군은 국제법상 금지된 진공폭탄까지 동원해 민간인 주거지를 폭격하는 만행을 저질렀단다. 우크라이나의 저항이 뜻밖으로 만만찮다는 역설적 징표다. 그럼에도 전반적 전황은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열세다.
나토군이 직접 개입하지는 않은 데다 러시아에 비해 전력이 크게 뒤진 탓이다. 그러나 사이버전은 곧 전세가 뒤집힐 참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엄호 아래 20만명에 달하는 해커들의 게릴라전 덕분일 듯싶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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