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뒷문 열자니 '세컨더리 보이콧' 위험…中, 러 지원 진퇴양난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07 18:10

수정 2022.03.07 18:10

서방 제재로 러 디폴트 가능성
中, 대러 경제제재 반대해 왔지만 올해 경기냉각 우려속 성장 중요
美·유럽과 갈등 확대 부담스러워
러 뒷문 지원 적극 개입 어려울듯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서방의 초강도 경제봉쇄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러시아에게 '뒷문'을 제공하는 것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러시아에 대한 지원에 나서는 국가에 대해선 미국이 함께 제재할 것이라고 사전 경고했고 유럽과의 관계도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주요 외신은 6일(현지시간) 중국이 이번 대러시아 제재를 공개 반대한 사실과 그동안 대 북한 제재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러시아에 대한 뒷문 지원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했다.

외신은 "만약 중국이 모스크바에도 불량국가들을 위한 다양한 선택지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러시아를 글로벌 경제에서 단절시키려는 서방의 조치는 덜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의 기업들은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와 같은 나라들에 대한 제재를 반복적으로 회피해왔다. 유엔 전문가패널과 미 재무부 해와자산통제실(OFAC) 보고서 등에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공개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전문가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안보리 제재로 금지된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이 지난해 2∼5월 중국 닝보-저우산 주변에서 최소 41차례에 걸쳐 총 36만4000t 규모로 이뤄졌다. 북한산 석탄을 넘겨받은 선박 중에는 중국 국적의 선박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북한의 석탄 수출 사례는 러시아를 상대로 촘촘한 제재 그물망을 치고 있는 국제사회가 중국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되고 있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무역상대국으로 제재 문제에 관해 서방과 다른 접근법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5800척 이상의 상선과 세계에서 가장 물동량이 많은 10대 무역항 중 7곳을 보유한 데다 수만 개의 은행 지점을 가진 중국은 제재 위반 행위를 감춰줄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스위프트) 결제망을 본떠 만든 은행 송금 시스템과 디지털 화폐, 해저 또는 위성 통신망을 자체 구축한 중국은 서방 중심의 경제 시스템으로부터 퇴출당한 러시아에 쏠쏠한 대안을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가 세계 양대 신용카드 업체인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자국 내 영업 중단 선언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의 유니온페이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이날 나왔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인터넷판 환구망과 러시아 관영 RT는 러시아 연방 저축은행과 알파은행, 틴코프은행 등 여러 러시아 은행들이 유니온페이 전환 사용을 밝혔으며 가스프롬방크과 일부 소형은행들은 이미 유니온페이와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상하이에 본사를 둔 중국 유니온페이는 스위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멕시코, 키프로스, 태국, 인도, 이스라엘,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폴란드, 세르비아, 헝가리, 오스트리아를 포함해 180개 이상의 국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는 상호 존중과 평등, 호혜의 정신에 따라 정상적인 무역 협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중국 금융당국도 서방의 경제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제재를 방해할 경우 '함께 제재할 것'이라는 미국 경고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은 어려울 듯이라는 진단 역시 있다.
중국은 올해 경기냉각 우려 속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해선 더 이상 미국과의 갈등 확대는 피해야 한다. 대중국 포위망 돌파구로 모색하는 유럽과 관계 악화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나라이므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망에서 벗어나려면 중국의 국영 대기업들로부터 전방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외신은 풀이했다.

중국 경제 소식통은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재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도 함께 제재하는 방안)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다만 제재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중국뿐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발동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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