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경제

'美는 금리 올리는데, 스태그플레이션 어쩌나' 고민 많은 日銀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4 16:13

수정 2022.03.14 16:18

17~18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美금리 인상 전망에 엔화가치 117엔까지 폭락
고유가, 엔저로 수입물가 상승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 진행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총재. 로이터 뉴스1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총재. 로이터 뉴스1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BOJ) 전경. 로이터 뉴스1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BOJ) 전경.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긴축이냐, 완화 지속이냐.' 통화정책의 향방을 놓고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당장 이번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일본은행 역시 시차를 두고서라도 쫓아가야 하는 상황이나, 최근 일본 경제에 불어닥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바람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미일 금리차가 벌어질수록, 엔저(달러 대비 엔화가치 하락)의 골은 깊어질 수 밖에 없고, 이는 다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기회복세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게 된다. 현재의 통화 완화를 마냥 지속할 수도, 즉각 미국과 보조를 맞추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놓인 것이다.

이런 고민은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개최 바로 다음날인 오는 17일부터 18일까지 이틀간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회의에선 금리 인상 결정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의 향후 금리 방향에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일본 경제는 엔저, 고유가, 경기 부진, 물가 상승이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일본의 2월 기업물가지수(생산자물가)는 전년 동월대비 9.3%상승하면서, 오일쇼크 사태 직후인 1980년 12월(10.4%)이후 약 4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순차적으로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4월 이후 이런 흐름이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4월 이후, 일본은행이 정책목표로 내걸고 있는 2%대 물가상승률까지 근접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엔저와 수입 물가 상승이란 외부 충격에 따른 '나쁜 물가 상승'이란 점이다.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경기를 하강시킬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우크라이나 위기로 고물가와 경기악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수입국인 일본을 강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통화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할 수만도 없다. 미일 금리차가 확대될 경우, 엔저가 심화되고, 이것이 다시 수입 물가상승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17.87엔까지 낙하했다.
2017년 1월 이후 5년 2개월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전망에 따라 엔화 자산을 팔고, 미국 달러화 채권으로 자금이 이동 수요가 커진 탓이다.
일본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그림자가 짙어질수록, 통화정책에 대한 일본은행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