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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디폴트·美 연준 발표 겹친 '더블 빅데이' 금융시장 긴장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3.16 18:18

수정 2022.03.16 18:18

외신들 "러 사실상 디폴트 간주"
1차 유예기간 4월 15일까지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어
러시아의 1차 디폴트(채무불이행) 시기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년만에 금리 인상 발표일이 우연히 겹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어떤 파장을 몰지 여부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미 연준은 16일(현지시간) 마무리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긴축 재정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날 러시아의 1차 디폴트 시기가 겹치면서 전세계 금융시장에 파장을 두고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미 어느 정도 예고된 사안이라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6일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더블 빅데이'인 것은 맞지만 파장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단 경제제재로 외화가 부족한 러시아는 1500억달러(약 187조원) 규모의 디폴트에 간주될 전망이 유력하다.
러시아는 디폴트를 부인하겠지만 서방 채권자들은 채무불이행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16일까지 달러 표시 채권에 대한 이자로 1억1700만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이에대해 러시아 재무부는 서방의 경제제재를 비난하며 달러 대신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자국 통화인 루블로 빚을 대신 갚겠다고 맞서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내야 하는 해당 이자는 계약상 루블로 결제할 수 없다. 이에따라 채권자들은 16일 이후 러시아가 사실상 디폴트에 들어간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외신은 전했다.

■러, 자산동결로 빚갚기 어려워

러시아가 채권이자를 달러로 지불하지 않으면 일단 4월 15일까지 유예기간이 주어진다. 한 달 이후 채권 이자를 갚으면 러시아는 디폴트를 면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방 제재에 러시아의 자산이 모두 동결돼 있어, 빚을 갚을 길이 없다.

투자업체인 그레이록 캐피털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조나단 프린은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선언 이후 가장 큰 디폴트가 될 것"이라며 "인류역사상 기념비적 디폴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1998년에 루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으며 외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것은 1917년 공산 혁명이후 처음이다.

다만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러시아의 디폴트가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 연준의 향후 금리 인상폭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디폴트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위축되면 연준이 과감한 긴축 재정을 펼치는 것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40년만에 최고치에 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은 올해 최소 5차례 이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이날 CNBC방송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연준이 원하는 만큼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유가 또 급락..100달러 무너져

더블 빅데이를 앞두고 국제유가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15일 국제 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모두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전 수준으로 유가가 내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WTI는 이날 6.38% 폭락한 배럴당 96.44달러로 마감했다. 장중 93.53달러까지 밀렸다.

브렌트도 장중 배럴당 97.44달러까지 밀리는 약세 끝에 결국 6.54% 폭락한 99.91달러로 마감했다. 디폴트 위기에 몰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 4차 휴전협상 재개에 나서면서 전쟁이 극적으로 끝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진 탓이다. 연준 FOMC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석유 매수를 일단 멈췄다.

뉴욕 주식시장은 이날 모처럼 급등세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마감가 기준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수준인 배럴당 100달러 밑으로 추락한 것이 투자 심리를 북돋웠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나스닥지수는 전일비 2.92% 폭등했고,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4%나 올랐다.

대형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2% 올랐다.


월가 공포지수는 급락했다. 모처럼 30p 밑으로 떨어졌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6.11% 급락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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