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기업·종목분석

에디슨EV ,주가조작 논란…'대주주' 배불리고 개미만 '피해'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2 10:53

수정 2022.04.02 10:55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뉴스1
경기도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쌍용차 인수가 무산된 에디슨모터스를 둘러싼 잡음이 거세면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조달 창구였던 에디슨EV가 대주주의 주가조작, 먹튀 논란 등에 휩싸이며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게 됐기 때문이다.

1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대형 M&A(인수·합병) 과정에 에디슨모터스는 상장사인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 인수를 통해 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려 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결국 에디슨EV가 상장폐지되면 에디슨모터스를 믿고 투자에 나선 10만 소액 주주의 피해가 우려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에디슨EV 대주주의 주식 처분과 관련해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있는지 심리에 착수했다. 심리는 문제가 된 상장사의 주식 거래 동향 등 기본적인 데이터를 확인하고 불공정거래 등 주가조작 개연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단계를 말한다.


■대주주 배불리고 개미들만 피해
증권업계에서는 투자 조합을 활용하는 등 기업 사냥꾼 방식의 인수·합병 시도로 인해 대주주 등 특정인들의 배만 불린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위해 코스닥 상장사 쎄미시스코를 인수했다.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회장은 지난해 5월 30일 자신이 최대 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를 통해 상장사인 에디슨EV 지분 112만7535주(16.67%)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디엠에이치, 에스엘에이치, 메리골드투자조합, 스타라이트, 아임홀딩스, 노마드아이비 등 6개 투자 조합도 314억원을 내고 지분 212만9957주를 샀다.

이후 에디슨EV의 주가는 지난해 5월 31일 상한가를 시작으로 6월에는 9230원에서 4만6600원까지 다섯 배 넘게 폭등했다. 이어 무상증자, 쌍용차 인수합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연이은 호재에 힘입어 같은해 11월에는 장중 8만24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대주주의 먹튀 논란이 불거졌다. 에디슨EV 인수 당시 강 회장과 6개 투자 조합은 지인이나 우군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이들 조합이 주가가 급등하자 지분을 대부분 처분한 것이다. 이 기간 각 투자조합의 지분율은 5% 미만으로 공시 의무 적용을 받지 않아 투자자들은 이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6개 조합이 동원된 이유는 보호예수 규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1인이 주식을 사 최대 주주가 되면 1년간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지분 쪼개기를 통해 5% 이상 지분 보유 시 해야 하는 공시 의무도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지난 28일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 인수 대금을 기한 내에 납부하지 못해 계약 해지 통보를 받게 되자 에디슨EV 주가는 폭락했다는 점이다. 에디슨모터스가 애초 쌍용차 인수 자금 조달 능력이나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도 커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 등을 담보로 산업은행에 8000억원가량 대출을 요구했고 산업은행이 난색을 보이자 공장 부지에 아파트를 지어 운영 자금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동걸 산은 회장도 지난 1월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제일 안 좋은 차입매수(LBO)방식으로 가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실상 자금 조달 능력이 없다는 걸 시인하기도 했다.

결국 에디슨EV는 지난해도 감사보고서에 대해 '의견거절'을 받으면서 거래가 정지, 현재 상장폐지 기로에 놓였다. 쌍용차 인수 호재에 대주주들은 대거 익절하고 물량을 털어낸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지분만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에디슨EV의 소액주주 수는 10만4615명으로 지분율은 80.34%에 달한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 불발에 따른 주가 폭락 피해를 개인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 셈이다.

지난해 5월 28일부터 올해 3월 29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에디슨EV 주식을 350억원가량 순매도(매도액-매수액)했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77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번 조사는 에디슨EV 대주주가 실제 쌍용차를 인수할 의지가 있었는지를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렸지만 실제 구체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대주주가 매도를 했다는 이유 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며 "차명 계좌, 통정 매매, 허위 인수 자료 등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법적인 제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2의 에디슨EV 막아야
오히려 쌍용차를 인수하겠다는 기업들이 하나둘씩 나오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 중이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던 SM그룹이 새 후보로 떠오르면서 SM그룹 계열사인 남선알미늄은 지난 28일 상한가로 치솟았고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나흘 만에 주가가 60% 뛰었다. 하지만 SM그룹 측이 쌍용차 인수를 재타진할 일이 없다고 못을 박으면서 남선알미늄은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후 쌍방울 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 쌍방울 계열사들이 상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쌍방울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24% 넘게 급등했고 전날에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쌍방울 계열사이자 특장차 사업을 하고 있는 광림 역시 지난달 31일 8% 이상 오른 뒤 전날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이외에도 나노스, 비비안, 미래산업, 아이오케이 등 쌍방울 그룹주는 전날 모두 상한가를 찍었다.

최근엔 현대사료도 7연상 상한가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제2의 에디슨 EV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대사료는 금융투자협회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 시가총액이 17조원에 달하는 카나리아바이오(옛 두올물산)과 합병 가능성에 7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이어갔다. 하지만 현대사료는 8연상에도 성공하나 싶었지만 결국 1일 장마감 직전 매물이 쏟아지면서 상승 행진이 일단 멈췄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폭발적으로 오르면서 현 최대주주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계약한 매각대금보다 훨씬 더 불어나자 최대주주의 계약 파기설까지 거론되고 있다"면서 "실적도 주가 급등세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묻지마 투자`는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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