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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책임총리 지켜볼 일이다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4 18:22

수정 2022.04.04 18:31

[테헤란로] 책임총리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정부 초대총리 후보자로 정통 엘리트 관료 출신의 한덕수 전 총리가 지명됐다. 경제·안보·통상·통합을 아우르는 실무능력과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통합 구현이라는 3대 명분을 충족시킬 적임자라는 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판단이다.

최근 집권여당 내부에선 일명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 그룹이 새 정부 내각 인선을 쥐락펴락한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비판여론을 의식해 윤석열 정부 1기 내각에는 참여하지 않는 대신 인선 과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인사가 곧 만사'라는 진부한 명제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특정 세력이 독점하는 인사는 말로가 뻔하다.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가 반면교사다.
당시 특정 세력이 인사와 정보를 독점하는 권력놀음에 취하는 바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 청와대 내 핵심에 포진한 친이명박계, 친박근혜계 그룹이 인사를 주도했고 총리의 장관 인사 제청권은 사실상 허울뿐이었다.

윤 당선인 측은 책임총리제 의지를 거듭 다짐하지만 장관 인선 과정에서 이른바 윤핵관의 입김이나 영향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인수위원회 내부에선 내각 등용이 유력한 인사들에게 줄을 대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고 한다.

오죽하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직접 나서 "인수위는 청와대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내각으로 가는 지름길도 아니다"라고 했겠는가.

투명하고 공정한 내각 인선절차가 지켜지지 않는다면 새 정부가 구중궁궐로 비유하던 청와대를 폐지한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긴들 지긋지긋한 과거의 십상시 논란은 재연될 게 불 보듯 뻔하다. 권력은 독이 든 사탕이다. 달다고 다 빨아먹는 순간 독이 퍼진다. 권력 독점화의 혹독한 대가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한덕수 후보자는 지난 3일 총리 지명 직후 "영광스럽지만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했다. 그만큼 새 정부 초대 총리에게 거는 국민적 기대는 다른 역대 정부보다도 크다. 당장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절벽에 매달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재기를 도와야 한다. 글로벌 패권다툼 속에서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강화해야 한다. 새 정부 출범 직후 수십조원대의 추가경정예산도 짜야 한다.

특히 재정건전성 확보는 대한민국의 국제신인도와 직결되는 만큼 새 정부가 꼭 풀어내야 할 고차방정식이다.

무엇보다 책임총리제의 초석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
한 후보자는 윤 당선인에게 "지명된 장관이 차관을 추천토록 해야 공직사회의 팀워크가 살아난다"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국민은 특정 세력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오로지 국정과 국민을 생각하는 인사가 될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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