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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리 김진욱 라이벌 구도 ‘빅뱅’ [성일만 야구선임기자의 핀치히터]

성일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07 11:01

수정 2022.04.07 11:15

지난해 신인왕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 /사진=뉴스1
지난해 신인왕 KIA 타이거즈 투수 이의리 /사진=뉴스1
지난해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재미도 덜했다. 김진욱(20·롯데)과 이의리(20·KIA)의 2021년 신인왕 본 게임은 잔뜩 설렘을 주었던 예고편에 비해 싱거웠다. 김진욱은 예상보다 부진했고, 오히려 최준용(롯데)이 이의리와 막판까지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는 이의리의 승리였다. 프로 2년 차, 올해는 어떨까. 출발은 둘 다 좋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이들의 경쟁을 지켜보면 저절로 김광현(34·SSG)과 양현종(34· KIA)의 코뿔소 대결이 떠오른다.

김진욱은 5일 NC전서 빛을 발했다. NC가 지난겨울 정성과 돈을 투자해 영입한 박건우, 손아섭 등 강타선을 상대로 7이닝 동안 2피안타 10탈삼진 1실점으로 마수걸이 승을 따냈다.

지난해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볼넷은 줄고 탈삼진 능력은 더 좋아졌다. 마운드 위에서 뿜어 나오는 자신감에서 카리스마까지 풍겼다. 대 투수의 느낌이 감지됐다.

거인 마운드의 새 희망 롯데 김진욱 /사진=뉴스1
거인 마운드의 새 희망 롯데 김진욱 /사진=뉴스1

이의리에 대해선 약간 염려가 있었다. 지난해 말 부상과 신인왕의 2년생 징크스 등이 그의 발목을 잡지 않겠느냐는 노파심이었다. 6일 한화와의 홈경기서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다.

1회는 불안했다. 저러다 염려가 사실로 되지 않을까 싶었다. 1회 첫 타자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이의리는 2021년 94⅔이닝을 던져 56개의 볼넷을 내줬다. 뛰어난 스피드만큼 안정된 제구력을 지녔다. 그런데 첫 타자 볼넷.

안타에 이은 3번째 타자에게도 볼넷. 1번 정은원에게 6개, 3번 터크먼에게 7개의 공을 던졌다. 무사 만루, 불안했다. 그러나 4번 노시환 내야플라이, 5번 하주석을 삼진 처리하며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싸움닭은 위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는다. 이런 기질은 타고 난다. 6번 김태연을 내야 플라이로 솎아내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마운드를 내려왔다. 4회에도 1사 3루의 위기에 쳐했으나 김태연과 노수광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냈다.

이들을 보면 동갑나기 양현종과 김광현의 라이벌 시대를 다시 보는 기분이다. 이의리와 김진욱은 14년 선배들보다 1년 빨리 라이벌 시대를 열고 있다. 선배들은 입단 3년차부터 본격적인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둘 다 나란히 12승을 올리며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이듬해엔 17승 7패 평균자책점 2.37(김광현), 16승 8패 4.25로 팀은 물론 한국야구 간판 투수로 우뚝 섰다. 지난해엔 함께 메이저리그 무대에 설 만큼 대 투수로 성장했다.

김진욱과 이의리는 고교 3학년이던 2020년 황금사자기 1회전서 맞붙었다. 선발로 나온 이의리(당시 광주일고)는 5⅔이닝 9K, 김진욱은 6이닝 7K의 무시무시한 투구를 선보였다.


두 라이벌의 본격 대결은 이제부터다. 신인왕 이의리가 한 발 앞섰지만 김진욱의 최근 기세를 보면 당장이라도 추월할 것 같다.
둘의 다음 경기, 언제일지 모를 맞대결이 기다려진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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