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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 아랍의 봄 재현하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0 04:52

수정 2022.04.10 08:04

[파이낸셜뉴스]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 소말리아의 소말리랜드 교외 지역에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동물 사체가 버려져 있다. 내전과 가뭄이 벽친 소말리아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AP뉴시스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북동부 소말리아의 소말리랜드 교외 지역에 지난달 14일(현지시간) 동물 사체가 버려져 있다. 내전과 가뭄이 벽친 소말리아는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다. AP뉴시스

식료품 가격, 유가 급등 여파가 사회 불안을 고조시키고 있다.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된 2010~2011년 이른바 '아랍의 봄'이 전세계 각국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치솟는 식량 가격
식량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9일(이하 현지시간)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가 집계하는 식품가격지수(FPI)가 아랍의 봄 당시 기록한 사상최고치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다.

2010년 106.7, 2011년 131.9를 기록했던 FPI는 현재 160에 육박하고 있다.

UNFAO가 8일 공개한 3월 FPI는 한 달 전보다 13% 가까이 급등해 159.3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공급망 차질과 인력 부족 등이 겹쳐 공급은 여의치 않은 반면 수요가 급격히 늘어 식료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여기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세계 주요 식량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으로 인해 곡물, 비료 수출을 중단하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카놀라유 등의 주요 수출국이다. 러시아가 항구를 틀어 막아 수출 길이 막힌데다, 전쟁으로 수출 여력 자체도 사라졌다.

세계 주요 밀 수출국이자, 무엇보다 비료 수출국인 러시아는 경제제재로 발이 묶여 수출이 중단됐다.

러시아 비료 수출 중단으로 브라질을 비롯해 올해 전세계 주요 곡창지대의 작황 역시 이전보다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가난한 나라들이 몰려 있는 아프리카, 그리고 중동 지역이 큰 타격을 볼 전망이다.

국제식량개발기금(IFAD)의 길버트 훙보 사무총장은 지난달 UNFAO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밀과 옥수수 수출물량의 40%가 중동과 아프리카로 향한다고 지적했다. 훙보 총장은 이 지역은 이미 기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던 곳이라 우크라이나 식량 수출이 중단돼 공급이 달리거나 가격이 오르면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고공행진 에너지 가격
고통을 배가하는 것은 에너지 가격 고공행진이다.

식량과 마찬가지로 에너지 역시 공급이 제한된 가운데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사정이 더 나빠진 것도 꼭 같다.

현재 국제 유가는 1년 전보다 60% 가까이 치솟았고, 천연가스는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석탄 가격도 동반 상승 중이다.

사회불안 고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선진국들은 더 비싼 값을 치르면서 수입을 하면 되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들은 식량, 에너지를 구할 길이 막막해지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전세계 최빈국의 약 60%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이미 심각한 부채에 직면해 어려운 상태였다.

아시아에서 사회불안이 심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는 스리랑카이다.

인구 2200만명의 스리랑카는 이미 경제·정치 위기를 겪고 있다. 통행금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속에 각료들이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관광에 의존하는 국가 경제가 팬데믹 충격에 붕괴 직전까지 몰린 것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리랑카는 외환보유액도 거의 소진해 에너지를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파키스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경제난 속에 임란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이 의회에서 통과돼 10일 축출됐다.

칸 총리가 이날 자신의 지지자들, 특히 자신이 집권하는데 핵심 지지세력 역할을 한 청년층에게 10일 대대적인 시위를 호소하기도 했다.

중동·아프리카
아랍의 봄이라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의 기폭제가 됐던 2010년의 경제난이 중동 지역을 다시 덮치고 있다.

내전 속에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의 4분의3이 빈곤층으로 전락한 레바논은 먹고 살 길이 막막해졌다. 밀 수입의 70~80%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베이루트항만의 곡물 저장창고가 폭발하는 인재로 식량 재고까지 부족한 상태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 이집트는 치솟는 식품가격 통제를 위해 최근 빵 값 상한제를 도입했다. 식량보조금 규모도 확대해야 한다는 압력까지 받고 있다. 인도, 아르헨티나 등에서 밀을 수입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전세계 빈곤층의 70%가 살고 있는 아프리카는 기아 위기에 직면했다.

에티오피아, 소말리아, 남수단, 부르키나파소 등 가뭄·내전을 겪는 나라들의 식량 사정은 심각하다. 국제적십자사는 이들 국가가 현재 식량위기를 겪고 있다면서 수개월 뒤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불안한 유럽
유럽도 불안하다.

그리스에서는 지난주 전역에서 수만명이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따른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길거리를 메웠다.

프랑스에서는 밥상물가 인하 계획을 들고 나온 극우 대통령 후보 마린 르펜이 인기를 얻으면서 대통령 선거전이 접전을 빚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중산층과 저소득층을 위한 식량 바우처 제도 검토에 들어가기도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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