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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규제 싹 풀려면 '기준국가제' 진지한 검토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12 18:12

수정 2022.04.12 19:08

미국·스웨덴 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하는 방식
경북 구미국가산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폐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경북 구미국가산단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지역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과 폐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찾아 "중앙정부고 지방정부고 불필요한 규제를 싹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그래야 사업을 하지, 공무원들이 앉아서 따지는데 누가 돈 들고 기업 만들러 들어오겠느냐"고도 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페이스북에 "신발 속 돌멩이 같은 불필요 규제들을 빼내겠다"고 썼다. 경제 6단체장을 만난 자리에선 "기업은 국가대표 선수나 다름없는데 그동안 모래주머니를 달고 메달 따오라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래주머니는 지난 10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나왔다. 추 후보는 "기업들 발목을 잡고 있는 족쇄, 모래주머니를 빨리 벗겨드릴 것"이라고 했다.

규제혁신은 저성장을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로 가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빚더미에 오른 우리 경제는 이미 하강곡선에서 허덕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5%대였던 잠재성장률은 현재 2%대로 추락했다. 지금 상태로는 10년 내 잠재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온갖 규제로 기업 혁신이 가로막혔고, 그로 인해 생산성은 떨어졌으며 신산업은 좀처럼 활력을 갖지 못했다. 규제가 풀려야 기업이 투자할 의욕이 생기고, 경제가 성장하고, 고용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도 기업을 적대시한 채 재정만 믿고 정부 주도 성장을 벌인 결과가 지금의 경제성적표다.

규제완화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노무현 대통령은 덩어리 규제 혁파를 외쳤고, 이명박 대통령은 전봇대 규제,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를 뽑겠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의 자동차산업 혁신을 막은 '붉은 깃발'을 제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큰 성과 없이 끝났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조차 규제가 15%가량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문 정부에선 새로 발의된 규제법이 4000여건으로 박근혜 정부 대비 3배가 넘었다.

규제개혁이 실패한 원인을 윤 당선인과 새 정부 관계자들이 잘 들여다봐야 한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일반적 수단으론 규제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상목·임종룡 등 전직 고위경제관료들은 지난해 펴낸 '경제정책 어젠다 2022'에서 규제개혁 실행방안으로 기준국가제를 제시했다. 미국, 스웨덴 등 우리가 벤치마킹할 만한 기준국가를 정한 뒤 규제 수준을 최소한 그 나라 수준에 맞추자는 것이다. 기준국가를 참고하면 개혁의 일관된 품질을 확보할 수 있다.

규제를 '위로만 올라가는 톱니바퀴'에 비유하기도 한다. 새로운 규제가 부작용을 빚으면 그 부작용에 대응하려 또 다른 규제를 만든다는 것이다.
결국 규제가 규제를 낳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규제개혁은 알렉산더 대왕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끊어버리는 식의 결단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 정부가 기준국가제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 바란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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