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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페트병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4.20 18:01

수정 2022.04.21 15:49

녹슬지 않은 케이에코바(KEco-ba, 왼쪽)와 기존 철근(왼쪽 사진). 유색 페트병으로 만든 색색깔의 케이에코바(오른쪽). 사진=SK에코플랜트
녹슬지 않은 케이에코바(KEco-ba, 왼쪽)와 기존 철근(왼쪽 사진). 유색 페트병으로 만든 색색깔의 케이에코바(오른쪽). 사진=SK에코플랜트

14세기 프랑스 상류층에서 인기를 끌었던 놀이 중 하나가 당구다. 귀족들은 자갈이나 나무를 동그랗게 깎아 당구공으로 썼다. 서구 열강의 아프리카, 인도 진출 이후 당구공 재료로 코끼리 상아가 등장한다. 상아 한 개로 만들 수 있는 당구공은 대략 3개. 19세기 당구 수요층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상아 값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당구대 제조사 대표 미국인 마이클 펠란이 상아를 대체할 신소재 공모 광고를 1863년 뉴욕타임스에 냈다.
개발자 중 한 명이 인쇄업자 존 하이엇이었다. 3년여 실험 끝에 성공한다. 그때 나온 재료가 셀룰로이드다. 세계 첫 플라스틱이었다.

플라스틱은 20세기 이후 눈부신 진보를 거듭했다. 가장 각광받은 재료 중 하나가 1930년대 실험실에서 우연히 만들어진 폴리에틸렌이다. 2차 세계대전 중 군용물질로 분류돼 항공, 무기 재료로 쓰였다. 전쟁이 끝난후 일상용품 원료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미국 듀폰사 직원은 1974년 탄산음료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플라스틱병 개발에 나섰다. 폴리에틸렌을 원료로 한 페트 칩을 녹여 가열된 금형 속에 넣고 공기를 불어넣어 병을 완성했다. 이 플라스틱병이 바로 페트(PET)병이다. 코카콜라는 페트병에 처음으로 상업음료를 담았다. 1978년 2L짜리 코카콜라 페트가 출시됐다.

페트병은 전 세계에서 분당 100만개꼴로 팔린다. 하지만 페트병 하나가 자연분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장장 500년이다. 태우면 독성물질이 나오고, 내버려두면 바다와 땅이 썩는다. 10%대 재활용률을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

SK에코플랜트가 세계 최초로 버려진 페트병을 원재료로 활용해 철근 대체물 생산에 나서겠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필요한 원료 중 하나인 함침제 생산기술은 이미 특허 출원을 끝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이 철근 대체물을 '케이에코바'라고 불렀다. 기존 철근보다 2배 단단하고,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페트병 재활용 길이 활짝 열리길 기대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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