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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동주 국가태풍센터장 “한반도 ‘변칙 태풍’ 많아져..신속 정확한 예보에 최선”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04 18:00

수정 2022.05.04 19:25

한반도 영향 큰 북서태평양 태풍
북쪽으로 향하며 이동속도 감소
우리나라에 머무는 시간 길어져
이례적 강도의 태풍 반복될 가능성
국가태풍센터 신속예보 위해 전력
함동주 국가태풍센터장 “한반도 ‘변칙 태풍’ 많아져..신속 정확한 예보에 최선”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변칙적이며 강한 태풍이 한반도에서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함동주 국가태풍센터장(사진)은 4일 기후변화가 미치는 한반도의 태풍 양상을 이렇게 전망했다. 함 센터장은 "세계 각국은 올해 5~7월 약한 라니냐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전망이 맞다면 북서태평양 발생 태풍 수(2020년 23개, 2021년 22개)는 평년(25.1개)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지난 30년(1991~2020년) 여름철(6~8월)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은 평균 2.5개다.

함 센터장은 기상정보를 분석하는 총괄예보관으로 오래 일하다 지난 3월 국가태풍센터장에 임명됐다.
취임 후 1개월 새 올해 첫 태풍(말라카스 4월 6~16일, 메기 4월 9~12일)이 발생했다. 1호 태풍 '말라카스'는 4월 태풍치고는 드물게 매우 강한 크기로 발달했다.

함 센터장은 "태풍(예보)은 또 다른 도전이다. 열대 몬순기후, 적도 파동, 해양 상태와 대기의 상호작용 등 고려해야 하는 요소들이 많고 새로운 분석이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했다.

기상청 소속 국가태풍센터는 제주 서귀포 한라산 중턱에 있다.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매미로 막대한 인명(사망·실종 377명), 재산(9조원) 피해를 입은 후 2008년 태풍 전담기구로 국가태풍센터가 출범했다. 24시간 태풍 감시·분석·예측 업무를 수행하는 예보관과 관련 기술 개발자 등 40여명이 함께 일한다.

국가태풍센터는 정확한 태풍 예보가 핵심 업무다. 태풍의 중심위치, 강도, 강풍 반경 등 현재 상태를 분석하는 것이 태풍 예보의 시작이다. 함 센터장은 "태풍 분석은 위성, 레이더 등 시공간적으로 조밀한 관측자료들과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 복합적이고 어려운 작업"이라고 했다. 태풍은 진화하는 생명체와 같이 여러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반도를 통과하는 태풍은 변칙적 경로에 생존기간이 길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해 여름 태풍 '오마이스' '찬투' 등이 대표적이다. 포항 등 경상도 해안에 강풍·폭우로 큰 피해를 낸 오마이스는 열대저기압으로 시작해 소멸하기까지 9일이나 생존했다. 찬투는 제주도 남쪽 먼해상에서 변칙적인 진로를 보이면서 11일을 버텼다. 함 센터장은 "이럴 때는 예보관들이 (예보에) 애를 먹는다"고 했다.

기후변화(지구온난화) 관점에서 보면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북서태평양 태풍의 발생 위치(평균위도)가 북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처럼 고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은 이동속도가 감소한다. 한반도 쪽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얘기다. 해수면 온도 또한 높아지고, 태풍 강도가 강해져 매우 강한 호우를 동반한다. 함 센터장은 "이례적인, 기록적인이라는 말들이 일상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고 했다.

국가태풍센터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국가태풍센터는 현재 △12시간 간격의 5일치 태풍 예보 △24시간 이내 태풍 발달이 예상되는 열대저압부(최대풍속 11㎧ 이상)의 예측 정보(5일) 등을 제공하고 있다. 정확한 예보를 뒷받침할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인공지능(AI) 태풍 분석·예보기술 도입, 수치자료 기반 가이던스 개발 등 여러 연구개발도 진행 중이다.

국가태풍센터는 지난 2015년부터 전년에 발생한 태풍들의 분석을 다시 분석한 베스트트랙을 생산한다. 재분석은 태풍이 발생했을 당시의 분석에 사용되지 못했던 관측자료들(해외 위성 등은 관측자료 수집에 지연 발생)을 추가 활용, 더 정확한 분석을 하는 것이다. 함 센터장은 "재분석은 복합적인 기술력이 있어야 해 그간 일본기상청(북서태평양지역 지역특별기상센터)에서만 해왔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의 기술력으로 생산해 활용할 정도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태풍 예측 능력은 높아지고 있다.
태풍 중심거리 오차(예측위치와 분석위치의 차이)를 보면, 2011년 500km를 넘던 것이 지난해 절반 수준(260km)까지 줄였다. 함 센터장은 "지금까지 국가태풍센터에서 일한 직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축적된 결과"라고 했다.


함 센터장은 "태풍으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정확하고 상세한 예보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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