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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어' 마저 공모가 아래로 뚝… IPO시장 거품 꺼지나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15 18:13

수정 2022.05.15 18:13

카카오페이 수익률 '반토막' 등
작년 상장한 대어급 새내기株
올들어 30% 넘게 주가 하락
투자열기 컸던 만큼 하락폭도 커
막연한 낙관보다 면밀한 투자 필요
'대어' 마저 공모가 아래로 뚝… IPO시장 거품 꺼지나
기업공개(IPO)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상장한 IPO 대어들의 주가도 올해에만 30%가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많으면 수십조원의 공모청약 자금이 몰리며 인기를 끌었지만 투자자들의 수익은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카카오페이, 현대중공업,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올해 수익률이 -30.82%로 집계됐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3일 종가와 비교했을 때 지난 12일의 주가가 30% 이상 빠진 것이다. 이들은 지난해 조(兆) 단위의 주식을 공모하며 IPO 시장에 흥행을 이끈 주역들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하며 단숨에 시가총액 100위권에 안착한 기업들이기도 하다.


■주가 반토막에 공모가 밑으로 추락

올해 주가가 가장 많이 빠진 곳은 카카오페이다. 올해 1월 3일 17만6500원에 거래를 마친 카카오페이는 지난 12일 8만5900원까지 추락하며 수익률이 -51.33% 기록했다. 13일 장중에는 8만5000원까지 내려가며 사상 최저가를 다시 썼다. 1·4분기 실적 부진과 2대 주주인 알리페이 보유지분 보호예수 해제 등이 맞물리며 연일 최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도 같은 기간 22만9500원에서 12만원으로 47.71%나 급락했다. 백신 위탁 생산이 매출의 90%를 차지하는데 코로나 엔데믹을 앞두고 백신 수요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가 투자 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연초 16만45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31.91% 하락했다.

크래프톤은 공모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49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하고 지난해 8월 상장한 크래프톤은 지난해까지 40만원대를 힘겹게 지켜내다가 올해 들어 급락했다. 지난 12일 종가는 25만2000원으로 연초 대비 45.22%가 떨어졌고, 공모가 대비 49.40%가 떨어진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주가도 공모가를 하회하기 시작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공모가 3만9000원에 상장한 이후 하락세에도 4만원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매크로 변수에 결국 3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연초 대비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건 현대중공업 뿐이다. 연초 9만7600원이었던 주가는 이달 12일 12만4000원으로 오르며 27.05%의 수익률을 보였다. 상승세에 힘 입어 현대중공업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스탠다드 지수에 신규 편입되기도 했다.

유일하게 주가가 오른 현대중공업을 제외하면 나머지 다섯 종목의 올해 수익률은 -45.01%로 반토막 수준이다. 이들은 모두 금리 인상기에 취약한 기술주, 성장주로 묶이는 종목들이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전략팀장은 "금리가 오르면 기술주, 성장주는 할인율이 커진다"라며 "기술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애플까지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국내 기술주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열기 뜨거울 때 상장한 공모주, 장기 수익률 낮아"

IPO 대어들의 주가 추락에 대한 우려는 지난해 말부터 지적 받아 왔다. 자본시장연구원에서는 IPO 열기가 높은 시기에 상장한 공모주일수록 장기적으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연구원에서 지난 2003년부터 2018년까지 총 966건의 IPO 공모주를 분석한 결과, IPO 열기가 뜨거운 핫 마켓 시기에 상장한 공모주들은 상장일 수익률이 114.1%까지 치솟았지만, 3년 누적 초과 수익률은 -66.2%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핫 마켓 시기에 상장한 IPO 기업일수록 상장 당시 기대치가 과도하게 높았을 가능성이 있고 시장의 변화로 투자 열기가 식을 때 이들의 수익률도 그만큼 더 크게 하락할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대어급 공모주들이 연이어 상장을 철회하는 것은 선배 공모주들의 주가 부진이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IPO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결국 상장한 기업의 주가가 부진하기 때문"이라며 "미래 기대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기업보다는 상장 후 실적 추이를 지켜보며 펀더멘탈이 탄탄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석훈 연구위원도 "공모주에 대해 막연한 낙관이나 기대보다는 면밀한 평가와 분석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하며 "적정 공모가는 IPO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선진국처럼 공모가 선정에 개인 투자자도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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