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36·KT)가 홈런 부문 단독 선두다. 16일 현재 12개로 2위 한동희(8개·롯데)와 4개 차이다. 박병호의 분발은 예견되지 않던 결과다. 지난겨울 KT가 구형 대포를 수입했을 때만해도 반응은 영 시원치 않았다.
빠른 공에 타이밍이 늦다는 보고서에 9개 구간이 동의했다.
4월과 5월 사이에 9개 구단의 박병호 상대 볼 배합에 변화가 있었다. 4월 박병호는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5개 모두 직구를 두들겨 대형 무지개 아치를 그려냈다.
박병호는 4월 3일 삼성전서 파이어볼러 수아레즈의 직구(148㎞)를 왼쪽 담장너머로 훌쩍 날려 보냈다. 이 내용은 수원 구장에 있던 각 구단 전력 분석 요원들에 의해 곧장 8개 구단에 전달됐다.
우연이겠지. 박병호는 4월 7일 9회 SSG 김태훈의 직구(137㎞)를 때려 역시 왼쪽 담장위로 사라지게 했다. 우연이 아니었다. 박병호의 배트 스피드가 빠른 공을 이겨내고 있었다.
4월 20일 LG전서 또 한 번 입증됐다. 이번엔 7회 외국인 투수 플럿코의 직구(144㎞)를 잠실구장 외야 펜스 아득히 쏘아 보냈다. 23일엔 NC 원종현(146㎞), 30일엔 키움 하영민(144㎞)의 직구를 때려 홈런을 생산했다.
이젠 확신할 수 있다. 박병호에게 빠른 공을 던져 크게 득 볼 일이 없구나. 박병호는 5월 들어 7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직구는 두 차례 뿐이었다. 5월 7일 두산 이승진의 145㎞, 5월 11일 KIA 이의리의 146㎞ 직구가 희생됐다.
나머지는 체인지업(3일, 롯데 반즈) 슬라이더(5일, 롯데 스파크), 커브(6일, 두산 윤명준) 포크볼(12일, 키움 한승혁)등 다양했다. 투수를 상대하는 박병호의 노림이 다양해졌음을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이승엽과 함께 시즌 50홈런을 넘겨본 유이한 타자다. 이승엽은 1999년(54개)과 2003년(56개) 두 차례 50홈런을 기록했다. 박병호는 2014년(52개)과 2015년(53개) 2년 연속 50고지를 밟았다.
이승엽은 2012년 36살의 나이에 일본 프로 생활을 정리하고 삼성으로 복귀했다. 박병호는 같은 나이에 키움에서 KT로 이적했다. 2011년 LG에서 키움(당시 넥센)행에 이어 두 번째 팀을 옮겼다.
박병호는 옮길 때마다 사고(?)를 쳤다. 2011년엔 홈런 수를 처음 두 자리(13개)로 늘렸다. 이듬해부터 31개-37개-52개로 폭풍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도 이적 첫해 홈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승엽과 박병호의 단순 비교는 곤란하다. 하지만 36살 이후로는 비교될 만하다. 이승엽은 일본 프로야구서 복귀한 첫 해 21개 홈런을 기록했다. 이후 은퇴할 때까지 6년 동안 143개의 아치를 기록했다.
박병호의 36살 페이스는 이승엽보다 오히려 좋다. 은퇴 전까지 143개를 때려내면 통산 470개나 된다. 이승엽의 국내 홈런 신기록(467개)을 경신한다. 박병호가 또 하나의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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