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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으로 치장했지만 두 눈동자 가득한 '슬픔' [손이천의 '머니&아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5.23 18:29

수정 2022.05.23 18:29

천경자 '여인'
화려함으로 치장했지만 두 눈동자 가득한 '슬픔' [손이천의 '머니&아트']
기존의 전통적인 동양화 기법을 벗어나 문학적, 설화적 측면을 강조해 여인의 한과 꿈·고독을 환상적인 색채로 구사한 천경자(1924~2015). 그는 누가 뭐래도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작가 중 한 명이다. 뛰어난 예술가로 추앙받았지만 유독 삶의 굴곡이 많았던 그녀는 슬픔을 간직한 채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슬픔이 오히려 그녀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완성하는 원천이 됐다.

일찍이 조선미술전람회에 '조부'(1943), '노부'(1944)를 출품해 연속 입선하면서 화가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던 천경자는 아프리카를 거쳐 미국과 유럽, 인도, 동아시아를 여행하고, 베트남전쟁에 종군작가로도 참여하는 등 누구보다 예술가로 뜨거운 삶을 살았다. '꽃과 여인의 화가'라고 불리기도 한 천경자는 1960~80년대에 들어서는 자의식이 표현된 여인상을 제작하며 천경자 특유의 화려하고 낭만적인 여성을 화폭에 담았다. 몽환적이며 애틋한 눈빛의 여인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옥션 5월 경매에 출품된 '여인'(1990)은 천경자가 맏딸을 생각하며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란 블라우스를 입고 머리에 빨간 터번을 두른 여인의 밝은 블라우스와 대비는 검은 피부가 두드러지며, 뚜렷한 이목구비와 다소 둥근 코가 어우러져 독특한 매력을 자아낸다.
여성으로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았던 천경자가 딸은 자신처럼 살기 원하지 않는 마음으로 화폭을 채웠다. 그러나 화려한 눈 화장과 황금빛으로 빛나는 두 눈동자에는 예의 고독과 슬픔이 담겨 있다.
이번 작품의 경매 추정가는 6억~9억원이다.

케이옥션 수석경매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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