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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라” vs. “시장 위축”···‘11개 중 1개’ 소규모펀드 뭐길래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06 14:31

수정 2022.06.06 18:29

공모추가형 펀드 2153개 중 184개
원본액 50억원 미만 펀드..당국 “비효율 초래”
업계에선 테마 상품 도전 의지 꺾는단 지적
운용사별 공모추가형 펀드 대비 소규모펀드 비중(6월2일 기준)
자산운용사 비중
현대자산운용 36.36%
파인만자산운용 26.67%
대신자산운용 23.53%
멀티에셋자산운용 23.53%
BNK자산운용 22.22%
(금융투자협회)
[파이낸셜뉴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고 있는 몸집이 작은 '소규모 펀드'가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당국에선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정리를 요구하지만 자산운용 업계에선 과도하게 규제할 경우 펀드 시장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일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전체 운용 공모추가형 펀드 2153개 가운데 소규모 펀드는 184개(8.58%)로 집계됐다. 11개 중 1개에 해당하는 수치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1일에 비해 비율은 8.91%에서 줄었지만 개수는 180개에서 4개 늘었다.

자산운용사별로 운용 공모추가형 펀드가 10개 넘는 국내 운용사 중 소규모 펀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현대자산운용(36.36%)이다.
이어 파인만자산운용(26.67%), 대신자산운용(23.53%), 멀티에셋자산운용(23.53%), BNK자산운용(22.22%), 유진자산운용(16.67%) 등의 순이다.

소규모펀드는 설정·설립 이후 1년이 되는 날 원본액이 50억원에 미치지 못하는 상품이다. 투자자 관심에서 소외된 펀드라는 뜻에서 자투리 펀드로도 불린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6년부터 운용사 전체 펀드 중 소규모 펀드 비중이 5%를 넘고 그 수가 3개 이상인 경우 신규 펀드 출시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그 비율을 조절하고 있다. 소규모 펀드의 경우 수익률 관리가 미흡해 소비자에게 피해가 우려되고 운용사 측면에서도 경영상 비효율을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해 업계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가뜩이나 펀드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운용사가 신규 테마를 발굴해 상품을 내놓을 도전 의지마저 꺾을 수 있단 지적이다. 특히 중소형사는 당초 운용 펀드 수가 적어 소규모펀드 비중이 클 수 밖에 없는데 비율만 따져 제재를 가하는 조치는 불합리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실제 파인아시아자산운용은 운용 공모추가형 펀드 2개 모두 소규모펀드인 탓에 그 비중은 100%로 책정된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투자자 보호와 투자자 선택권 보장이라는 가치를 놓고 당국과 업계가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셈"이라며 "양쪽 모두 이해는 되지만 펀드를 설정해도 1년 안에 성과를 내지 못 하면 청산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하게 돼 오히려 시장 활성화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만큼 고유 자금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운용사에는 매우 부담스런 규제”라며 “특히 소규모펀드라는 낙인이 찍힌 펀드들은 판매사에서 다뤄주지 않아 영업을 적극적으로 해도 판매할 방법이 마땅히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소규모펀드는 주로 합병이나 임의 해지를 통해 정리하는데 전자의 경우 전례가 거의 없을 만큼 당국 기준이 까다롭다”며 “투자자들 의사와 관계없이 펀드가 사라져버리는 상황 방지하려면 기준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2016년 2월부터 '소규모펀드 정리 활성화 및 신설 억제를 위한 모범규준'을 시행해 매년 연장하고 있다.
올해도 지난 1월 내년 2월까지 연장했고 당국은 자본시장법령 개정을 통한 법제화까지 추진 중이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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