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집회·시위 소음으로 시민 몸살..지난달 민원 전국 4000건
경찰 중지 명령 위반 건수도 급증..약한 처벌 탓
"장소별 세부 특성 반영해 소음 규정 개선해야"
경찰 중지 명령 위반 건수도 급증..약한 처벌 탓
"장소별 세부 특성 반영해 소음 규정 개선해야"
[파이낸셜뉴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집회 소음 민원이 7개월새 2배 폭증했다. 정부가 1인 시위만 허용했던 지난해 10월엔 2000여건에 불과했지만 단체 집회가 가능해지자 지난달 민원은 4000건을 넘었다. 경찰 명령 위반에 대한 형량도 낮아 단속 실효성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전국 집회 소음 민원 '4074건'..올해 최다
12일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전국 집회 소음 민원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한달간 전국 집회 소음 관련 민원은 4074건으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여파로 집회 욕구가 커진 탓이다.
지난해 10월 전국 집회소음 민원 신고는 2167건에 그쳤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1인 시위만 허용했던 시기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조치로 소음 민원은 2961건으로 늘었다. 민원 신고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지난 4월 3661건으로 급증했고, 지난달 4074건으로 7개월 만에 2배로 치솟았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은 집회 시위가 열리는 장소 및 시간에 따라 소음 상한을 규정하고 있다. 야간(해진 후~24시) 시간대에 주거지에서 집회를 열 경우 60㏈(데시벨)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상한을 넘어서면 경찰은 소리를 낮추거나 확성기를 쓰지 못하게 제지할 수 있다.
소음 상한을 넘는 시위도 크게 늘었다. 경찰이 집회에 기준 이하 소음 유지 및 확성기 중지 명령을 내린 건수는 올해 2월 109건, 3월 168건에서 4월 285건, 5월 297건으로 증가했다. 경찰 명령을 어겨 사법 처리된 건수도 2월 9건, 3월 41건에서 4월 97건, 5월 53건을 기록했다. 종로경찰서의 경우 최근 전광훈 목사 등 자유통일당 관계자들에 대해 지난 5일 열린 야간 도심 집회 과정에서 소음 기준 초과로 수차례 중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집회 관계자들이 이를 어긴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경찰 명령 어겨도 수십만원 벌금형 그쳐
집회 소음이 늘고 있는데도 처벌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의 기준이하 소음유지 및 확성기 중지명령을 어길 경우 받는 처벌은 징역 6월 또는 벌금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등이다. 또 경찰은 타인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집회나 시위에 제한 통고를 내릴 수 있는데 이를 위반할 시 처벌 규정도 없다.
경찰 관계자는 "판례를 보면 징역형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벌금형에 그친다"며 "낮은 벌금 액수에 '벌금 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대다수라 형량이 강화돼야 실효성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집회 소음 기준의 현실화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이희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는 “현행법에선 시간, 장소별 특성에 따라 소음 상한을 규정하고 있으나 장소 특성을 반영하지 못해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집시법상 허점을 이용한 편법도 잇따르고 있어 실효성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소음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일본 일부 지역에서는 10분간 집회 소음을 냈다가 15분간 집회 소음을 내지 않는 식으로 간격을 두면서 집회 측의 시위 욕구와 시민의 소음 불만 모두를 해소하고 있다.
장소별 소음 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꼽힌다. 이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소음 기준의 장소 구분을 없애고 평상시 소음도와 집회 시 소음의 차이를 규제 기준으로 삼는다"며 "우리도 현 소음 기준에서 장소 특성별로 더 세분화를 하거나 프랑스처럼 장소를 아예 구분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