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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싸] 서학개미, 美 나스닥 빠져도 기술주에 ‘베팅’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3 14:10

수정 2022.06.13 14:45

테슬라 순매수 1위...머스크 행보에도 최선호 유지
ETF는 ‘인버스’에 투자...증시 하락 점치는 듯
사진=AFP뉴스1
사진=AFP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증시는 좀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지만,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기술주 선호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이 순매수 상위 명단에 굳건히 버티고 있다. 다만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나스닥 하락에 투자하는 ‘인버스’ 상품을 대거 담으며 증시 자체의 회복에는 회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테슬라 최선호 굳건
1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0일(현지시간)까지 순매수 기준 서학개미가 투자한 해외주식 상위 10개 가운데 4개가 대형 기술주였다.

테슬라가 순매수 규모 1억4916만달러(약 1920억원)로 1위에 올랐다. 지난 4일 테슬라 주가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10% 인력 감축’ 발언에 하루 만에 전 거래일 대비 9.22% 급락한 703.55달러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 기간 저가 매수를 노린 수요가 쏠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글로벌 투자은행 UBS 패트릭 험멜 연구원이 9일 테슬라 투자의견을 ‘매수’로 높여 잡은 점 역시 자금 유입에 기여했다. 그는 “테슬라 사업 전망은 그 어느 때보다 밝으며 투자에 대담해져야 할 시점”이라며 “향후 몇 년 간 매출과 수익성은 향상될 전망”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3대 1 액면분할 발표도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분할 시 시가총액 변동은 없으나, 주당 가격이 하향 조정되면서 개미투자자들을 대거 포섭할 수 있다.

이외 서학개미 순매수 순위 상위권엔 애플(4위·2860만달러), 아마존(6위·1534만달러), 알파벳(9위·1025만달러) 등 기술주가 대거 포진했다. 12위엔 쿠팡(921만달러)이 올랐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초 나온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했단 점이 역설적으로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제공하며 기술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며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이슈가 상수로 주어진 만큼 개별 기업 밸류에이션 요인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일 발표된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5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2만8000명 증가하며, 전월 증가분(27만7000명)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증시 반등엔 ‘회의적’...곱버스 ETF↑
반면 증시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수요는 인버스 ETF에 몰렸다.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숏 QQQ(티커 SQQQ)’ 순매수 규모는 8076만달러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나스닥100지수 일별 수익률을 역방향으로 3배 추종하는 상품으로, 투자자들이 나스닥지수가 더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단 뜻이다. 실제 이 기간 나스닥지수와 나스닥100지수는 각각 5.34%, 5.70% 하락했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베어 3X(SOXS)가 그 뒤를 쫓았다. 같은 기간 순매수 금액은 3333만달러였다. 이 상품 역시 미국 30개 대표 반도체기업으로 구성된 인터콘티넨털익스체인지(ICE) 반도체지수 일별 수익률을 거꾸로 3배 따른다.

시장에 금리 인상 공포가 번져있는 만큼 증시 반등 시점은 더욱 미뤄질 전망이다.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단 분석이 속속 나오며 지수가 지난달 말부터 이따금 반등 기미를 보였으나 이후 잇단 악재 탓에 잔뜩 움츠리고 있다.

지난 10일 개장 직전 나온 5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981년 12월 이후 최대 폭인 8.6%(전년 동월 대비) 치솟았다는 발표도 투자 심리를 차갑게 식혔다.
9월 금리 인상을 한 차례 쉬어갈 수 있단 관측이 파기되며 재차 ‘빅스텝(0.50%p 인상)’에 무게가 실렸다. 자이언트스텝(0.75%p 인상)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5월 CPI에서 물가를 낮추는 요인은 찾을 수 없었고, 그 상승세가 매우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점만 확인했다”며 “연준은 통화정책 신뢰 회복을 위해 강한 긴축 기조를 한동안 고수할 전망”이라고 짚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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