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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IPO 우리사주 ‘대박 꿈’… 빚방석 내몰린 ‘영끌 직원들’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4 18:14

수정 2022.06.14 23:55

크래프톤·카페 등 공모가 밑돌아
보호예수 묶인 직원들 거액 손실
대출 많아 반대매매 불안감 확산

사라진 IPO 우리사주 ‘대박 꿈’… 빚방석 내몰린 ‘영끌 직원들’
#. "와이프가 반대를 했지만 한번만 믿어달라며 대출을 최대한 끌어모아서 수억원을 우리사주에 투자했는데, 주가는 빠지고 대출금리는 올라 '잭팟'이 아닌 '빚방석'에 앉게 생겼다."(크래프톤 직원)

2020년과 지난해 증시 호황기에 직원들의 '대박' 꿈을 꾸게 했던 우리사주 청약이 이제는 '인생 역전'의 아이콘에서 '인생 나락'의 상징이 돼버렸다. 한때 수십억원의 수익을 얻게 해준 우리사주가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보호예수에 묶여 차익실현을 못한 직원들에게 외제차 한대 값에 달하는 손실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증시에서 크래프톤 주가는 26만1000원으로 마감됐다. 전날에 비해 1000원 상승했지만 공모가가 49만8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47.59%나 떨어진 수준이다. 크래프톤은 상장 전부터 게임업계 1등으로 기대를 모았다.
상장 3개월 만에 58만원으로 최고가를 터치하면서 우리사주에 청약한 직원들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더니 공모가의 절반으로 내려왔다. 우리사주 청약률이 저조해 배정예정물량(173만주)의 20%인 35만1525주만 배정되면서 그나마 손실을 입은 직원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청약에 들어간 직원들은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에 속을 태우고 있다. 현 주가를 감안하면 1인당 평균 손실액은 약 6300만원으로 예상된다. 일부 직원은 4억~5억원을 투입해 1년도 안돼 절반인 2억~3억원대로 줄어든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페이 역시 최근 2대주주 알리페이의 대규모 블록딜 소식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우리사주에 들어간 직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0만원 선이었던 주가는 공모가(9만원)를 밑돌며 7만7000원까지 떨어졌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에 340만주, 총 3060억원어치의 공모주를 배정한 바 있다. 카카오페이의 당시 직원수(기간제 제외)는 831명이었다. 금액으로 보면 직원 1인당 3억6823만원에 달한다. 상장 직후 24만8500원까지 오르면서 직원당 6억4850만원의 수익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공모가 대비 14%가량 빠지면서 직원당 약 5000만원의 손실이 난 상태다. 순식간에 계좌에서 7억원 가까이가 날아간 것이다.

카카오페이의 한 직원은 "주변에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팜 등을 다니던 친구들이 우리사주로 돈을 많이 벌었다는 말에 솔깃해서 우리사주에 '영끌'해서 들어갔다"면서 "과거 주가가 급등했을 때 퇴사해서 차익을 실현했어야 하나 후회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3만9000원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도 현재 주가가 3만5500원으로 9.35% 하락한 상태다. 고점 9만4400원 대비 현재 62%나 빠졌다. 이 외에도 에스디바이오센서(-26.15%), 롯데렌탈(-39.66%) 등 지난해 IPO를 달궜던 대어들이 모두 공모가 대비 하락 중이다.

한편 직원들은 대출을 받아 투자한 경우가 많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우리사주를 매수한 경우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이상 떨어지면 담보유지 비율을 충족하지 못한다. 다만 한국증권금융에서 빌린 경우엔 바로 반대매매가 발생하진 않는다.
그 대신 추가로 담보를 납부하거나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담보 부족을 해결하지 못하면 그때서야 담보로 설정된 증권이 임의처분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대출을 상환한 직원도 있어 지금 상황에선 주가가 5만원대로 내려가면 담보율 80% 이하로 떨어진다"며 "만일 이 조건에 도달하게 되면 우리사주조합과 논의해 지원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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