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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최악의 시기... 주도권 쥔 美中의 단절 [글로벌리포트]

정지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19 18:12

수정 2022.06.19 18:12

동맹국까지 흔드는 G2의 디커플링
中, 시진핑 3연임까지 제로코로나 선언
생산 멈추고 물류 막으며 전세계 쇼크
양국 정책 마이웨이 굳어지며 겹악재
美 IPEF·中 브릭스 앞세워 경제 블록화
경제 넘어 외교·군사까지 대립하자
한국 등 주변국가들 '양자택일' 신세
양국 대화끈 놓지 않는게 그나마 희망
바이든-시진핑 내달 5번째 회담할듯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발 코로나19 재확산과 초고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코로나의 후폭풍이 글로벌 경제에 고스란히 전이되고 있다. 1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지역 전체의 문을 걸어 잠그는 봉쇄 조치가 생산 활동을 중지시키고 물류까지 차단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뿌리 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짧게는 올해 10월, 길게는 내년 3월 이전까지 제로코로나를 해제할 생각이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제20차 전국대표대회)과 집권 3기 지도부 완성(양회)을 위해 경제적 여파를 감수하더라도 중국 내에서 확진자가 창궐하는 사태를 막겠다는 의도다. 결국 이미 위드코로나를 시작한 글로벌 경제가 이 시기까지 봉쇄와 통제를 앞세운 중국 지도부의 정책에 휘둘리는 형국이 된 셈이다.

더욱이 중국은 '자력갱생'을 기치로, 미국과 맞서는 사실상 '반미'를 외치고 있다.
현재 상황은 양국 갈등 분야는 경제를 넘어 외교, 군사, 우주 등 전방위적이며 디커플링(탈동조화) 성격이 짙다. 이로써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찾아온 한국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긴 어렵게 됐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다만 중국 내에서도 제로코로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하고 경제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 미중 정상이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은 그나마 안전장치로 풀이된다.

■제로코로나의 글로벌 '충격'

중국식 방역 정책인 제로코로나는 철저한 무관용 정책으로 표현할 수 있다. 중국은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거주지 커뮤니티에서부터 구나 시 등 행정단위까지 원천 봉쇄한다.

그러나 주민의 움직임을 차단한다는 것은 곧 사회활동도 멈춰 세운다는 것을 뜻한다.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하는 공장은 설비를 돌릴 수 없고 원자재와 제품 등 물류 이동도 막힌다.

제로코로나 파편의 상처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 사례는 경제수도로 불리는 인구 2500만명 도시 상하이의 65일간 봉쇄다. 상하이의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 비중(2021년)은 3.8%이며 국제무역의 25% 가량을 차지한다. 또 재정수입은 전국 1위이며 중국 최대 항만인 상하이항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방역을 명분으로 이런 거대한 경제도시조차 멈춰 세웠다.

봉쇄의 충격은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통계를 보면 올해 1·4분기 상하이의 GDP은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중국 전체 4.8%보다 1.7%p 낮다. '부분'봉쇄가 '전면'으로 전환된 4월 들어선 산업생산이 1년 전에 비해 61.5% 줄었고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48.3% 감소했다. 고정자산투자와 부동산개발투자도 각각 11.3%, 10.0% 내려갔다. 물류는 상하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4년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할 정도로 추락했다.

상하이는 세계 최대 무역 도시 중 하나이며 중국은 세계 최대의 중간재 공급처다. 따라서 상하이 봉쇄는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자동차·반도체산업 등 세계 제조업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중국 경제의 중요한 부분에서 록다운이 걸리면 그 여파로 다른 나라들의 성장률이 낮아지고 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 상하이 공장의 4월 차량 선적은 3주간의 조업 중단 여파로 1500여대에 불과했다. 애플 아이폰 조립업체인 폭스콘도 공급망 악화 때문에 2·4분기 스마트폰 등 전자사업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 업체인 혼다와 도요타, 닛산은 중국 내 생산이 각각 81%, 34%, 51% 줄었다. 일본 다이와 연구소의 카즈마 기시카와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가 봉쇄를 완화해도 중국으로부터 상품 운송이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이는 일본 산업생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프레데릭 캐리어 RBC자산운용 투자전략 대표는 "코로나19 통제의 증가는 추가적인 공급망 혼란과 세계 경제 정상화 지연, 세계 인플레이션 가속화를 낳고 중국 경제 성장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국수입산 소비재 등 일부 품목의 고율 관세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제품의 수입을 늘려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겠다는 속내가 깔린 것으로 외신은 평가했다.

하지만 제로코로나의 최대 리스크 요인은 언제 풀릴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있다. 일본 민간연구소 니혼소켄의 미우라 유지 선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제로코로나 정책을 지속하는 한 공급망 정상화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도 지난 16일(현지시간) 위싱턴 브루킹스 연구소가 주최한 온라인 대담에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을 상당히 오랜 기간 감수해야 할 것 같으며 2023년 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상하이 봉쇄 해제 이후 트럭 운송 능력이 약 80%로 회복됐지만 지난 11일 '단 하루 봉쇄'로 고속도로 폐쇄와 항구 내 철저한 검역 조치 등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악재 미중 '디커플링'

글로벌 경제의 또 다른 악재는 고조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다. 미국은 대중국 포위망을 강화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협의체), 오커스(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파이브아이즈(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기밀정보 공유 동맹) 등을 잇따라 결성했다.

반면 중국은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신흥경제 5개국)는 확대하고 남태평양 국가들을 자유무역협정(FTA)과 안보 협력 강화 방안 등으로 포섭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중남미, 중앙·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과 교류 강화로도 미국의 '경제 동맹' 구상을 흔드는 상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 문제,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해협 등을 놓고 벌어진 세계 2대 강국의 긴장 역시 글로벌 경제에선 악재 요소다. 미중은 우주, 외교, 첨단기술, 인권, 홍콩, 코로나19 기원조사 등 다른 분야에서도 사사건건 부딪힌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 원자재 가격을 상승시켰다. 중국이 러시아편에서 물밑 지원을 하는 것으로 미국 등 서방국가는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통화를 갖고 전략적 협력 강화에 공감대를 모았다. 그러면서 서방의 제재를 비판하며 에너지·금융·산업·운송·군사·군사기술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미중의 갈라서기는 디커플링 고착화로 발전하는 추세다. 경제대국의 경제가 서로 독자적으로 흐르면 미중 양국 모두와 거래해야 하는 국가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업별, 분야별 '양자택일'을 강요 받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 같은 중국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불안정,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 등 때문에 1970년대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50년 만에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7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2.9%로 1.2%p 낮췄고 OECD는 4.5%에서 3.0%로 1.5%p 내렸다. 전망치는 세계은행이 낮지만 하락폭은 OECD가 크다. OECD는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4%의 2배인 8.8%로 대폭 올리기도 했다.

■경제 회복의 '안전장치'는 작동

글로벌 경제 상황이 완전히 암흑인 것은 아니다. 제로코로나에 지치고 정책적 변동성에 진절머리가 난 글로벌 기업들의 탈중국 분위기가 형성되고 중국도 인식하고 있자는 점은 긍정적 요소로 풀이된다.

외신은 롯데그룹, 아모레퍼시픽, 현대자동차, 삼성, LG 등 한국 기업들이 탈중국 흐름을 선도 중이며 △나이키(나이키 런 클럽과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앱) △아마존(킨들 구독 전자책 판매·운영) △에어비앤비 △애플(아이패드 사업 일부) △마이크로소프트(일자리 정보 서비스 앱인 링크드인) 등 글로벌 기업도 운영을 중단하거나 타국 이전을 발표했다고 전했다.

번스 주중 미국 대사는 "미국 기업들은 제로코로나 정책이 끝날 때까지 투자하는 것을 주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쉬젠궈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교수, 허칭화 국가위생건강위원회 1급 순시원 등 중국 내 지식인층의 제로코로나 비판 목소리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관영 매체까지 PCR검사 불응자 처벌의 문제점을 꼬집은 자오훙 중국 정법대 교수의 기고를 이례적으로 실었으며 상하이와 베이징에선 대학생, 상인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내부적 반발은 정책 자체의 철회까지는 이끌어내지 못하더라도 완화 또는 2~3차 전면 재봉쇄는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이 될 수 있다. 시 주석의 3연임 성공 필수 조건은 경제발전과 방역 성공뿐만 아니라 시민의 지지도 있어야 한다. 최소한 반발 분위기라도 잠재우려면 시민을 다독이는 내부 결속 전략을 펼칠 필요가 있다.


미중 마찰 정국 속에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르면 다음 달 중 5번째 화상 또는 전화회담을 진행한다. 물꼬를 완전히 막지 않고 관계 개선의 여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신냉전 시대로 접어든 세계정세에서 한국이 취해야할 행동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미국과 중국 등 국제사회에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실리를 추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jjw@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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