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핀테크·메타버스 '새 놀이터' 열린 금융… 변하거나 도태되거나 [한국, 새 길에 서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6.22 18:02

수정 2022.06.22 18:02

재도약 나서는 금융 (상) 빅블러 시대
尹정부 금융정책
규제개선·자율에 초점
금산분리 풀고 업종장벽 낮춰
경계 허물어지는 금융-비금융
전통 금융사엔 새로운 기회
융복합 나선 빅테크와
시장경쟁 가속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금융정책의 두 축은 디지털 금융혁신과 소비자보호다.

금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디지털 혁신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고 기존 금융사들이 과감한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이 때문에 수십년간 손대지 못했던 금산분리(금융산업자본 분리)도 완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주로 금융사들의 부수업무 확대, 자회사 업종규제 완화 등이 주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블러 시대에 금융사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며 "새 정부의 금융정책 방향은 규제개선과 자율"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금융 혁신 한목소리

새 정부가 들어서고 금융분야의 메시지는 일관됐다.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나 기획재정부의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디지털 혁신금융, 민간 혁신성장 지원 확대, 금융권 자율성과 책임원칙 구현 등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우선 인수위 국정과제에서는 금융혁신을 통해 금융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금융·비금융 간 자유롭게 융합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창출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빅블러 시대에 적합한 방향으로 금융회사의 업무범위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종합금융플랫폼 구축을 제약하는 제도적 장애요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금융사들이 수년 전부터 정부에 요구했던 것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금융위원회 등 금융감독 유관기관과 금융업계, 학계 등의 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규제 개혁 TF'를 만들어 디지털 전환, 빅테크 성장, 금융산업 규제 개선, 금융사와 비금융사 간 협업 및 경쟁이 가능하도록 업무장벽 완화 등을 고민하고 금융안정, 혁신 과제를 발굴키로 했다.

이미 김주현 금융위원장 후보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취임하면서 이 같은 기조를 확인했다. 김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금융규제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면서 "BTS가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감을 높이듯 국내 금융업에서도 세계적인 금융회사가 나올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제 개인적 희망"이라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취임사를 통해 "시장의 선진화와 민간의 혁신을 저해하는 요소는 없는지 차분히 점검해 제도적 측면뿐만 아니라 제도 외적인 측면에서의 규제도 함께 살피고 걷어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장의 효율성 확보와 원활한 자본형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산분리 개정해 투자여건 조성

정부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산분리는 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분 취득 한도, 금융사의 자회사 지배 기준 및 자회사 업종제한, 금융사의 부수업무 규제 등이다. 정부는 이 중 금융사의 자회사 지배 및 업종, 부수업무에 대한 규제를 풀어줄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법령상 은행 자회사가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은 은행업, 금융투자업, 보험업, 상호저축은행업무, 여신금융업무, 신용정보업 등 은행업 감독규정에 열거된 15개로 한정된다. 이 밖에는 금융위가 열거된 업종과 유사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허용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빅테크, 핀테크 등은 산업 간 융복합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데 기존 금융사들은 금산분리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종 외에도 투자규모 제한도 풀릴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과 보험사 등 전통 금융사들은 빅테크에 맞서 메타버스, 쇼핑, 의료 등 비금융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지만 '은행은 비금융회사의 의결권 있는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규제에 묶여 사업을 적극적으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은 자회사에 대한 투자 규모가 은행 자기자본의 일정 비율 이하일 경우 투자를 허용해 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투자한도가 자기자본의 1% 이내로 정해지면 자기자본 20조원 안팎인 시중은행이 개별 자회사에 2000억원가량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부수업무로 할 수 있는 범위도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은행의 업무범위는 고유업무(수신·여신·환)와 연관성이 존재하는 경우로 제한돼 있다.
법령에 열거된 15개 업무와 금융위 신고를 통해 신규 허용된 20개 업무 등 35개 업무만 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는 보험업에서 규정하는 보험사의 부수업무처럼 금융사의 건전성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아니면 모든 게 가능하도록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도 최대한 부수업무 범위를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규제를 개선할 전망이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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