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가장 보람있는 순간은..." 日 교민들 법률울타리 된 ‘형제 변호사’ [도쿄리포트]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7 19:25

수정 2022.07.07 19:35

이정규·이탁규 J&T파트너즈 변호사
일본서 유학한 형제 변호사
도쿄 현지에 함께 법무법인 설립
언어·법장벽 부딪힌 교민들 도와
영역 확장 나선 한국기업도 지원
동생 이탁규 변호사와 형 이정규 변호사
동생 이탁규 변호사와 형 이정규 변호사
【파이낸셜뉴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기업 법무에 관여했던 한국 기업들의 활약상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뿌듯한 마음입니다. 동시에 '우리들만이 할 수 있는' 현지 교민들을 위한 '프로보노(공익을 위한 무료법률상담 등 사회적 기여)'도 이어 나가고 싶습니다."

일본 도쿄 현지에서 법무법인 J&T 파트너즈를 이끌고 있는 이정규(42)·이탁규(41) '형제 일본 변호사'의 얘기다. 두 사람은 일본 대학에 유학 와서 일본 사법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이른바 뉴커머(1980년대 이후 일본으로 이주한 재외국민)출신 첫 형제 일본 변호사다. 동시에 형제가 세운 J&T는 뉴커머가 세운 제1호 로펌이다.
형제 변호사는 도쿄 현지에서 각종 기업 법무·세무사건, 형사사건 수임과 함께 현지 교민, 재외동포들의 억울한 속사정을 들어주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언어가 잘 통하지 않거나, 통하더라도 정서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한국과 다른 법적 절차를 밟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그런 점에서 두 형제는 일본 진출 한국기업, 교민들에게 울타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7일 도쿄지역의 변호사 사무실 밀집지역인 요쓰야에 있는 J&T에서 만난 두 형제 변호사는 오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최근 일본 진출 한국기업이 증가한 데다 현지 기업들의 신사업 추진과 각종 분쟁사건 검토로 여념이 없었다. 교민들의 각종 형사, 민사, 가사 사건들도 담당한다. 동시에 바쁜 와중에도 빼놓을 수 없는 게 무료전화상담이다. 민단의 생활법률상담도 3년 반 동안 지속하고 있다.

이탁규 변호사(왼쪽, 동생)와 이정규 변호사. 사진=조은효 특파원
이탁규 변호사(왼쪽, 동생)와 이정규 변호사. 사진=조은효 특파원

두 사람에게 "언제가 가장 보람있는 순간이었느냐"고 물으니 "규모가 작은 사건이더라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답답함을 호소하는 교민들의 어려움을 해결했을 때"라고 했다. 체포되지 않을 게 체포되고, 구류되지 않을 게 구류되는 경우 등이다. 이때 형제가 해결사로 나서곤 한다.

두 형제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국내 대학 진학 후 차례로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형 이정규씨는 도쿄대 법학부와 도쿄대 로스쿨을, 동생 이탁규씨는 히토쓰바시대 법학부와 도쿄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두 사람은 잇따라 일본 신사법시험에 합격, 2018년 법무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J&T에는 형제 외에도 일본인 변호사, 세무사 등이 함께하고 있다.

최근 형제의 시간은 더욱 빠듯해졌다. 코로나 감염 확산 사태가 점차 걷혀가면서 일본 사업에 문을 두드리는 한국기업, 투자자들의 법률자문 수임건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회사만 40여곳이다. 일본 부동산투자 관련 법률자문도 늘고 있다. 형 이정규 변호사는 "기업은 물론이고 개인의 투자도 국경을 넘어 글로벌화되고 있음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향후엔 일본인 변호사들을 더 많이 영입할 생각"이라면서도 "그 규모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규모가 커지면 규모가 큰 사건들 위주로 수임하게 되고, 지금 하고 있는 무료 법률상담과 프로보노 활동에도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형 이정규 변호사는 과거, 규모가 큰 로펌에 몸담은 적도 있었지만, 의뢰인 본인에게는 급박해도, 로펌으로선 크지 않은 사건들의 경우엔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들이 있어, 결국 해당 로펌을 나오게 됐다고 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공익적 성격의 활동들도 함께 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 형제는 이를 "크리스천으로서의 직업적 소명의식"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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