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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이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시 고려 사항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09 18:59

수정 2022.07.09 18:59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이스포츠 에이전트 제도 도입에 관한 두 번째 글이다. 이스포츠 에이전트가 제도권에 들어오기 위해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일단 이스포츠 에이전트에 대한 정의와 업무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에이전트의 업무는 선수와 구단간 입단·이적 및 연봉 등의 계약체결을 대행하는 것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에이전트의 활동 범위와 역할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를테면 마케팅 대행부터 세금, 재산 투자, 언론 대응, 세무·보험·경력 자문, 해외 진출 시 비자 발급, 세무, 통역까지 아우르고 있다.
즉, 선수의 프라이버시 문제는 물론 선수들의 경기 외 모든 사회생활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업무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문제는 에이전트 업무를 최소로 한정하여 본연의 전문성을 강화하자니 할 수 있는 일이 과도하게 제한되고, 활동영역을 폭넓게 인정하자니 타 직업과의 법적 마찰까지 있을 수 있다. 특히 법률자문의 경우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 변호사법을 살펴보자. 제3조에서 소송행위 및 행정처분 청구 대리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변호사의 직무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4조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거나 판사 또는 검사의 자격이 있는 자로 제한하고 있다. 이 말인즉슨 이스포츠 에이전트의 정의와 업무를 제대로 규정하지 않을 경우, 변호사 자격 없이 계약 대행과 소송 대리를 하는 것은 현행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변호사만 자격을 허용해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법률 사무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이적이나 입단을 위해서는 아무래도 폭넓은 인적 네트워킹이 우선시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활동 중인 이스포츠 에이전트 대부분은 과거 이스포츠 영역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바꿔말하면, 현장전문성이 법률신뢰도보다 우선된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타종목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과거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선수 대리인 자격을 변호사로 제한해오다 2018년부터 이를 폐지했다. 대신 프로야구선수협회 공인시험을 통과하면 에이전트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바뀐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프로야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의 말을 빌리자면,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구단과의 협상이나 자문을 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참고로 이 사무총장은 변호사였다.) 에이전트 공인시험 첫 해 합격자 중 변호사의 비율이 과반을 넘지 못한 사실도 이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스포츠 에이전트 제도의 운영 형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형태는 크게 허가제, 등록제, 신고제로 구분할 수 있다. 허가제는 앞서 설명한 국내 프로야구의 선수대리인 공인시험 제도를 대표적인 예로 꼽을 수 있다.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기 때문에 나머지 형태에 비해 진입 장벽이 가장 높다. 두 번째로는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등록을 승인하는 등록제의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 축구협회의 선수중개인이 이 방식이다. 축협은 ‘자연인 또는 법인으로서 중개 업무를 하고자 하는 자는 그 업무 개시 전 (중개계약체결 전)에 협회에 등록 해야 한다.’는 선수중개인 관리규정을 두고 있다. 아울러 중개인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고제의 형태도 고민해 볼 수 있다. 그러나 단순 신고만으로 에이전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이전트가 난립하고 그 권한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다.

이스포츠 종목별 고유의 특성도 고려되어야 한다. 과거 스타크래프트1의 경우 초기에는 선수 개인 중심으로 리그가 운영되다보니 에이전트도 개인 매니지먼트 형태로 활동했다. 이후 스타리그의 흥행에 따라 팀 창단이 이어졌고, 이는 팀 단위 중심의 리그로 개편됨에 따라 에이전트 역시 개인 스폰서십이 아닌 계약체결대행 중심으로 역할이 변화하였다. 팀 게임으로 운영되는 리그오브레전드 또한 스타크래프트의 에이전트와 유사하되 업무 범위가 다변화되고 있다.

배틀그라운드나 발로란트, 카운터스트라이크 같은 FPS 게임의 경우 아직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리그오브레전드 규모로 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에이전트가 존재하긴 하나, 미약한 형태와 제한적인 업무만 수행하는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이 게임들이 인기를 끌게 되어 이스포츠 시장이 커지면 에이전트의 역할도 바뀌게 될 것이다. 한편, 철권이나 카트라이더와 같은 개인 종목이 대세가 될 경우 에이전트는 매니지먼트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종목마다 고유의 특징이 있고, 그에 따라 에이전트의 역할과 형태도 다양하기 때문에 이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도 이러한 종목별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획일화된 규정을 모든 종목에 적용하게 된다면 시장의 혼란은 필연적일 것이다.

이스포츠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성숙해가는 만큼, 체계적인 이스포츠 에이전트 제도도 만들어질 때가 됐다. 앞서 언급한 여러 내용을 충분히 고려하여 탄탄한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제도는 우수한 에이전트를 낳을 것이고, 훌륭한 에이전트는 선수와 팀의 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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