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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플레e] 3년 전과 확 바뀐 게임질병코드 여론

김미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3 07:00

수정 2022.07.23 06:59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칼럼
[파이낸셜뉴스] 최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문재인정부 시절 국무조정실 주도의 민관 협의체에서 진행한 연구용역의 결과물이 대중들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이슈가 어떤 배경에서 어떻게 흘러왔는지 기억에서 흐릿해졌을 타이밍이기도 하니, 이참에 이 사안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실 이도경 보좌관

우리나라는 WHO에서 의결하는 ‘국제질병분류’를 기반으로 하여 우리만의 질병분류인 KCD를 5년에 한 번 개정하고 있다. 이 사실을 염두하고 이번 이슈를 시간순으로 정리해보자.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인정하는 내용이 담긴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을 2019년 5월 25일 의결하였다. 의결사항은 바로 시행되는 것이 아니라 2022년 올해부터 효력이 발생된다.
우리나라는 ICD-11의 결과를 KCD-8에 반영하게 되는데 그 시점이 2025년이고, 실제 현장에는 그 다음해인 2026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게임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1차 방어선인 ICD-11가 뚫렸으니, KCD-8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막아야 한다. 그런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를 KCD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여기엔 정신의학계가 선봉에 있다. 정부 부처별로도 의견이 갈렸다. 게임산업 진흥에 우호적인 문화체육관광부는 등재 반대측에, 반대로 보건복지부는 등재 찬성쪽에 서있다. 이처럼 부처는 물론 각계각층의 의견이 첨예해지자 국무조정실은 2019년 5월 민관협의체를 만들었다. 정부는 문체부와 보건복지부를 필두로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여성가족부, 통계청, 국무조정실 등 이 문제와 연관 있는 곳들로 구성되었다. 또한 찬성측과 반대측이 각각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진 의료계, 게임계, 법조계, 시민단체, 관련전문가들 14인이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민관협의체는 2019년 7월 23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2021년 3월 31일 7차 회의까지 치열하게 논쟁했다. 아울러 협의체는 각 측의 입장을 학술적으로 정리한 연구용역 3건도 진행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앞서 언급했던 언론을 통해 공개된 내용이다.

KCD-8 등재의 향방을 가를 변곡점이 두 번 있었다. 먼저 올해 초 치러진 대선을 꼽을 수 있다. 과거 대선과 다르게 이번 선거는 소위 ‘게임대선’으로 불릴 정도로 게임과 이스포츠가 주목받았던 것이다. 게임에 익숙한 세대를 겨냥해 여러 대선 후보들이 게임 관련 공약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캠프에 게임특별위원회까지 설치하며 게임에 지대한 관심과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런 까닭으로 게임산업계는 윤 대통령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문제에 우호적인 제스쳐를 취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첫 번째 변곡점은 희소식이었지만 두 번째는 그렇지 않다. 게이머들의 마음이 국내게임업계로부터 떠났기 때문이다. 질병코드 문제가 대중들에게 알려진 2019년 당시와 지금을 놓고 보면 그 차이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3년 전에는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업계편에 서서 든든한 우군이 되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여론전에서도 등재 찬성측을 압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촉발된 ‘게임 이용자 연쇄 트럭시위 사태’를 기점으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용자들에게 분노를 넘어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바라기란 어려운 일이다. 심지어 질병코드 등재에 찬성하고 나서는 게임 이용자들도 여럿 보이는가 하면, 확률형 아이템 위주의 게임을 도박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실제로 최근 질병코드 등재 관련 기사의 댓글을 보면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사의 업보’라며 조소어린 관망세를 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질병코드 등재까지 약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면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다.
등재 찬성측과 반대측간 많은 토론과 논쟁, 치열한 설득이 오갈 것이다. 이 시간 동안 게임업계가 게임 이용자들의 마음을 되돌려 놓지 못한다면, ‘배드 엔딩’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게임에서는 세이브와 로드가 있지만, 현실은 원코인 게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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