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원숭이두창, 코로나급 위협…WHO 국제 비상사태 선포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24 17:48

수정 2022.07.24 17:48

WHO 패널의견 양분 속 등급 상향
누적 확진 1만6000명…사망 5명
"새로운 전염방식으로 급속 확산"
천연두 백신으로 예방가능 희망적
美·英·加, 취약층 대상 접종 나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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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원숭이두창 확산에 대해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WHO는 이날 원숭이두창 전세계 발병을 "국제적 관심을 요하는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등급을 상향 조정했다. 이로써 원숭이두창은 코로나19, 에볼라, 소아마비와 같은 등급의 공중보건 위협 대상이 됐다.

공중보건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위험이다. 2년여 전 코로나19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 포함된 뒤 처음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사진)은 이날 원숭이두창을 공중보건 비상사태 항목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하면서 원숭이두창이 "우리가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전염 방식으로 전세계에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WHO 패널이 반으로 갈려 원숭이두창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규정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타이 브레이커'로 나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유럽을 제외하면 원숭이두창은 여전히 글로벌 보건위기와는 거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WHO의 이날 결정은 그저 경보 수준을 높이는 것 외에는 실제로 아무 것도 바꾸지 못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수준으로 위험도를 높임에 따라 원숭이두창 연구를 위한 자금 지원 확대와 국제협력 강화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원숭이두창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의 풍토병으로 수십년 전에 처음 발견됐고, 최근 이 지역을 여행한 이들을 중심으로 영국 등 유럽에서 특히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신규 확진자는 1만6000명이 넘는다. 대부분은 동성간 성행위를 한 남성들이다. 그러나 사망자는 많지 않아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최소 5명이 보고됐다고 WHO는 밝혔다.

그렇지만 지금 원숭이두창을 통제하지 못하면 면역 취약층에 확산될지 모른다고 각국 보건당국은 우려하고 있다. WHO는 지금 통제에 나설 시기라고 판단하고 있다.

WHO 원숭이두창 대응 기술책임자인 로자문트 레비스는 아직은 원숭이두창이 특정층에만 제한돼 있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원숭이두창은 또 천연두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때문에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각국 정부가 취약층을 대상으로 천연두 백신 접종에 나서고 있다. 일부 유럽 국가들도 백신 접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원숭이두창은 예상보다 돌연변이가 빠르다는 점이 향후 대응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한편 WHO가 이날 엇갈린 패널 의견 속에 원숭이두창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분류하자 아프리카 국가들이 비판하고 나섰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아프리카 각국 정부는 "우리가 수십년간 원숭이두창으로 어려웠는데 당신들은 이제야 이를 깨달은 것이냐. 그것도 북반구의 더 잘사는 나라들에서 일부 환자가 나오니 그렇게 결정한 것이냐. 당신들이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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