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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교사 컴퓨터 해킹 시험지 유출…성적지상주의가 부른 범죄(종합)

뉴스1

입력 2022.07.27 13:37

수정 2022.07.27 13:50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전경./뉴스1 DB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 서구 대동고등학교 전경./뉴스1 DB © News1 정다움 기자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이승현 수습기자 = 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중간·기말고사 시험·답안지 유출 사건은 성적 지상주의가 가져온 모범 학생들의 치밀한 범죄를 학교 측의 허술한 보안이 감당하지 못하며 벌어진 일탈 사태다.

4년 만에 동일 학교에서 시험지 유출 사건이 터져나온 만큼 교육당국의 허술한 시험 관리·감독에 대한 비판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광주 대동고 시험·답안지 유출사건과 관련, 부정 시험을 치른 혐의(업무방해·건조물 침입)로 대동고 2학년 A군(17)과 B군(17)을 불구속 입건, 추가 공모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4월말부터 이달 초까지 학교에 무단 침입해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에 출제된 시험지와 그 답안지를 빼돌리고, 부정시험을 치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달 말 오후 10시를 넘어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 2층과 4층 교무실, 학교 별관 등에 몰래 들어갔다.

당시 학교에는 경비원이 상주하고 있었지만 이들이 학교에 침입하는 데는 별다른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잠기지 않은 창문을 넘어 1층에 들어간 학생들은 계단, 난간, 외부 창문 등을 통해 2층과 4층 교무실에 침입했지만 설치돼 있던 수동식 경보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한국사 과목이 출제되던 별관 2층 교무실도 창문이 잠기지 않아 학생들이 손쉽게 무단 침입했다.

교무실에 들어간 B군은 온라인에서 배포되고 있는 악성코드를 수정해 교사들의 컴퓨터에 심었고, 교사들의 노트북 보안을 담당한 이중 비밀번호도 무용지물이었다.

학생들은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별도의 관리자 계정 생성, 비밀번호 오류 코드 해석 등을 이용해 비밀번호를 손쉽게 무력화했다.

이들은 기말고사가 치러지기 3~4일 전 다시 동일하게 학교에 침입해 총 9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렸다.

이들은 앞선 중간고사 과정에서도 시험이 치러진 지난 4월말쯤 총 7과목의 시험지 등을 기말고사와 같은 수법으로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학생들이 교사 컴퓨터 1대에서 시험지를 유출하는 데 고작 20분 가량이 소요된 것을 확인했다.

B군은 올해 초 이같은 범행을 계획해 A군과 공모하고, 지난 중간고사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학교에 무단침입, 불법 프로그램으로 총 7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했다.

이들이 기말고사에서 빼돌린 과목 시험지와 답안지는 총 9과목이다.

이 중 시험지 전체가 유출된 과목은 지구과학, 생명과학, 화학, 한국사, 수학Ⅱ 등 총 5과목이다. 일본어와 수학1, 독서, 한문 등 4과목은 일부 유출됐다.

지구과학, 한국사, 영어, 수학1, 수학Ⅱ, 독서는 공통으로 응시했다. A군은 생명과학과 한문, B군은 일본어와 화학 시험을 선택과목으로 했다.

학생들은 유출한 시험지와 답안지를 사용해 각각 7과목에서 부당 시험을 봤다.

이들은 중간고사에서도 수학1, 수학Ⅱ, 독서, 생명과학, 한문, 일본어, 화학 등 7과목의 시험지와 답안지 빼돌려 각각 5과목에서 부정시험을 치렀다.

중간·기말고사 모두 영어 과목만 유일하게 시험지 등이 유출되지 않았다.

B군은 이번 기말고사 영어에서 40점대 점수를 받았다. A군은 영어에서 고득점을 했는데 경찰은 영어 과목이 유출되지 않은 만큼 평소 학생의 실력인 것으로 추정했다.

A군의 1학년 내신 성적은 2등급대로 파악됐다. B군도 내신 성적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이번 기말고사에서 지구과학과 수학Ⅱ에서 100점을, 한국사는 93점, 생명과학은 86점을 받았다. 생명과학은 시험 중간 4개 문항이 오류로 판단돼 내용이 수정되면서 정답이 정정됐지만 A군은 수정되기 전 답을 제출했다.

경찰은 이들이 유출한 다른 과목과 중간고사에서의 시험 성적을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보다 나은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감을 느꼈고, 높은 성적을 거둬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지난 18일 해당 학교에서는 11~13일 치러진 기말고사에서 A군이 부정시험을 치렀다는 동급생들의 신고가 학교에 접수됐다.

학교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은 A군의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을 압수해 포렌식 조사를 진행하며 시험지 유출 사건의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광주 대동고에서는 지난 2018년에도 시험지가 유출돼 관련자들이 실형을 살았다.

당시 3학년 중간·기말고사 시험지 문제를 행정실장과 학교운영위원장인 재학생 어머니가 빼돌려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을, 2심에서는 감형돼 각각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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