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해외증시

경기침체 먹구름 낀 '월가'.. 워런 버핏은 뭘 담았나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7.30 05:00

수정 2022.07.30 05:00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스1
세계 주요 국가들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경제가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한 가운데 월가 투자 대가들이 담은 경기 방어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의 투자 포트폴리오에는 안정적인 수익과 꾸준한 배당을 제공하는 필수 소비재, 헬스케어, 유틸리티 관련주들이 담겨있어 주목된다.

경기침체 현실화..방어주 '눈길'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9%(연율)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미국 경제는 지난 1분기(-1.6%)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개 분기 연속으로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경기침체 상태인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 컨센서스는 0.9%로 플러스 성장 전망이 많았다. 6월 내구재 수주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소비가 예상보다 견조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지표는 기대와 달랐다. 실제로는 가장 비관적인 전망에 가까웠던 미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측정 프로그램인 'GDP Now'의 -1.6%에 가까운 숫자가 나왔다.

월가 고수들이 선택한 방어주
방어주 목록
버크셔해서웨이 코카콜라, 쉐브론, 존슨앤존슨, 프록터앤갬블
써드포인트 유나이티드헬스, 다나허
오메가어드바이저스 데본에너지, 시그나, 제너럴모터스
그린라이트캐피털 SPDR골드트러스트(GLD), 아이셰어즈실버트러스트(SLV)
아팔루사매니지먼트 유나이티드헬스, PG&E
(인사이더스코어)

월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기업 실적 둔화가 예상된다며 투자자들이 '방어적 스탠스(방어주)'를 취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방어주는 경기침체기에 주가 하락폭이 적거나 오히려 수익을 낼만한 종목을 말한다.

금이나 미국 국채, 에너지, 유틸리티, 헬스케어, 필수 소비재, 리츠(REITs·부동산 투자신탁) 등이 대표적이다.

마크 헤펠레 UBS글로벌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경제지표가 약해 기업 이익 예상치가 낮아지고 주가가 하락하는 '잠재적 슬럼프' 시나리오에 대비해 방어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퀄리티 수익, 헬스케어, 회복력이 강한 신용을 갖춘 종목에 익스포저를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워런 버핏, 레온 쿠퍼만, 데이비드 테퍼 등 월가 '투자 거물'들의 포트폴리오에 담긴 방어주에 관심이 쏠린다.

버핏, 에너지·필수소비재株 쇼핑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AP 뉴시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AP 뉴시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최근 대거 사들인 방어주는 미 정유업체 쉐브론(CVX)이다.

지난 5월 13F 공시에 따르면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올해 1·4분기 쉐브론 주식 보유 비중을 7.1%로 전분기(1.36%) 대비 4배 넘게 늘렸다.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에 이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번째로 높다.

버핏이 쉐브론을 처음 매수하기 시작한 것은 2020년 말이다. 당시 경기회복주로 평가되고 있었고 2021년 에너지주가 39% 반등하면서 수익을 거뒀다.

글로벌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셰브론의 배당수익률은 4.1%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평균(1.7%)을 크게 상회한다.

버핏이 오랜기간 애정하는 주식으로 알려진 코카콜라(KO) 역시 대표적인 방어주로 꼽힌다.

버핏은 코카콜라가 폭락장에서도 잘 버틴다는 점에서 "최악의 상황이 끝난 후 내가 여전히 코카콜라와 빅맥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카콜라는 견고한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이 강점이다. 인플레이션 상승 시기에 가격결정력과 가격탄성력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코카콜라는 운송료와 원재료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자 제품 가격을 인상,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전가했다.

그 결과 인플레이션과 환율 영향에도 올해 2·4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이 기간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1.9% 증가한 113억달러, 주당순이익(EPS)은 전년동기보다 3.0% 늘어난 0.70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32억4000만달러로 1년전보다 0.9% 늘었다.

2022년 연간 가이던스도 상향 조정했다. 코카콜라는 올해 연간 매출 성장률을 12~13%, EPS는 5~6% 증가한 2.44~2.46달러로 제시했다.

61년 연속 배당을 늘리는 '배당 황제주'라는 점 역시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코카콜라의 배당수익률은 2.75%다.

버핏은 이외에도 프록터앤갬블(P&G·PG), 존슨앤존슨(JNJ) 등을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P&G는 섬유유연제로 유명한 다우니, 탈취제 페브리즈, 질레트 면도기, 칫솔 오랄비 등을 제조하는 세계 최대 생활용품업체다.

원가 부담에도 올해 두 차례 가격을 인상한 만큼 수익성 방어가 가능하며 65년간 배당금을 늘려온 '배당황제주'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배당수익률은 2.75%다.

쿠퍼만, 경기위축에도 수요 견고한 헬스케어株

'월가의 베테랑 투자 전문가' 레온 쿠퍼만의 오메가어드바이저가 이끄는 방어주는 헬스케어 사업을 영위하는 미 보험업체 시그나(CI)다.

쿠퍼만 오메가어드바이저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유가 상승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으로 인해 미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것이며 이럴 경우 S&P500지수가 고점 대비 40%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시그나는 실제 경기침체에 닥치더라도 타격을 덜 받을 수 있는 현금 창출력이 높은 고객들에 대한 높은 유지율을 자랑한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력이 크며 동종 업계 대비 현금 흐름과 성장성 역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헤지펀드업계 거물' 데이비드 테퍼가 설립한 아팔루사매니지먼트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UNH)과 미 전기가스 공급회사인 퍼시픽가스&일렉트릭(PG&E)을 담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건강보험·헬스케어 기업인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강력한 가격 결정력을 바탕으로 올해 연간 이익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지난 15일 실적발표 자리에서 올해 EPS 가이던스로 종전 21.5달러보다 높은 21.7달러를 제시했다.

올해 2·4분기 실적도 우수했다. 이 기간 EPS와 매출액은 각각 5.57달러, 803억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모두 뛰어넘었다. 전년동기 대비로는 각각 18.5%, 12.6% 늘었다.

유나이티드헬스는 올해 2·4분기에만 40억달러의 배당금 지급 및 자사주 매입을 진행했다. 특히 2020년 3월 1.08달러였던 주당 배당금은 수차례 상향돼 지난달 1.65달러까지 불어났다. 배당 수익률은 1.22%다.


아인혼, 전통적인 안전자산 금·은 선호
골드바 /로이터 연합뉴스
골드바 /로이터 연합뉴스

또다른 미 헤지펀드계 거물인 데이빗 아인혼의 그린라이트캐피털은 금과 은에 주목하고 있다.

금과 은 등 귀금속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알려진 데다 경제가 침체 조짐을 보이기 시작할 때 투자자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 안전수단으로 꼽힌다.

그린라이트캐피털이 최근 공시한 13F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SPDR골드셰어즈(SLD)와 아이셰어즈실버트러스트(SLV) 상장지수펀드(ETF)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08%, 2.24%다.
두 상품 모두 전분기(각각 1.13%, 1.92%)보다 비중을 늘렸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