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애들이 갇혀있다" 노모, 다급하게 전화..이웃들 창틀까지 뜯어냈지만..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8.10 08:25

수정 2022.08.10 08:25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간밤 폭우로 서울 관악구에서는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침수로 반지하에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2.8.9 soruha@yna.co.kr /사진=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간밤 폭우로 서울 관악구에서는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침수로 반지하에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2022.8.9 soruha@yna.co.kr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던 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에 사는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밤 0시 26분부터 1시 20분 사이 신림동 한 주택 반지하에서 48세 여성 홍모씨와 그의 동생 47세 홍모씨, 동생 홍씨의 13살 딸이 숨진 채 차례로 발견됐다. 40대 언니는 발달장애를 겪고 있었으며 전날 빗물이 들이닥치자 동생 홍씨가 잠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자신의 70대 노모 이모씨에게 전화했다.

이에 이씨는 같은 빌라 반지하층에 사는 이웃 김모씨 에게 전화를 해 두 딸과 손녀의 안부를 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김씨가 이날 밤 9시 6분게 119에 신고하고 사위를 보내 홍씨 가족의 안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지하에서는 불러도 아무 대답이 없었고 물은 순식간에 허벅지 높이까지 차올라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침수 신고가 폭증하면서 소방대원들은 밤 9시40분이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이웃 주민들은 당시 반지하층에 순식간에 성인 머리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회상했다. 홍씨의 옆집에 사는 50대 전 모씨는 "도로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면서 반지하 현관은 이미 문을 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방범창이 있는 창문이 유일한 탈출구여서 성인 남성 2명이 방범창을 뜯어내려고 했지만 몇 초 만에 물이 차올랐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이어 A씨 가족을 구조하기 위해 창살을 뜯어내고 창문을 부숴 보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결국 이씨의 두 딸과 초등학생 손녀는 자정이 넘은 시각 사망한 채 발견됐다. 소방서 배수 작업이 시작된 지 1시간 30여분 만이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은 9일 사고 현장을 찾아 상황을 보고받은 뒤 일가족의 비극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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